성장률 2%대 초중반 전망…상반기 선제적 편성 논의될듯
[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올해 경제성장률이 2%대 초중반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면서 오는 4월 전후로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는 '벚꽃추경'이 가시화 되고 있다. 정부는 1분기 경제상황에 따라 추경 편성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조기대선 등을 감안해 선제적으로 추경 편성이 논의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16일 국제금융센터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씨티은행·골드만삭스 등 10개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평균 2.4%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1월 이들 IB가 내놓은 성장률 전망치 2.8%보다 0.4%포인트 낮은 것이다.
특히, 노무라는 2.0%의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아 1년 만에 0.7%포인트나 하향 조정했다. 바클레이, JP모건, 모건스탠리도 각각 2.3%로 전망했다. 2%대 후반의 성장을 예상한 곳은 BNP파리바(2.8%)와 BoA메릴린치(2.9%) 뿐이었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13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8%에서 2.5%로 0.3%포인트 낮췄다. 기획재정부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6%, 금융연구원이 2.5%의 성장을 예상하고 있지만, 국내 연구기관들은 오히려 한은보다 낮은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4%, 현대경제연구원은 2.3%, LG경제연구원은 2.2%, 한국경제연구원은 2.1%를 각각 제시하고 있다.
글로벌 IB와 주요 연구기관은 물론 정부와 한은까지 한국 경제를 어둡게 보고 있는 것은 경제주체들의 소비·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내수가 둔화되는 한편 미국의 금리인상, 미국 신행정부 정책의 불확실성 등의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우리 경제가 고용, 소비 등에서 회복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자 정부 내부에서도 올해 상반기 추경을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17년 성장률이) 2%대 초중반이 불가피하다고 판단되면 추경을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추경 필요성 여부를 판단할 시기에 대해서는 "내년 1분기가 지나봐야 그걸 보고 판단하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추경 시기에 대해서는 "타이밍이 중요하다"면서도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경제지표와 정치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1분기 경제지표가 나오려면 5월은 돼야 하지만 3월 말이나 4월 초가 되면 대체적인 경기흐름을 읽을 수 있다"면서 "이 즈음에 추경에 대해 구체적인 검토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정치 일정도 변수다. 정치권 일각에서 예상하는 대로 6월 조기대선이 이뤄질 경우, 대선 일정이 한창 진행되는 5~6월에 국회가 추경을 제대로 심의하고 처리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반기에 뒤늦게 추경을 편성할 경우 추경 효과를 제대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각 당이 대선 운동에 본격 돌입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추경을 편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지난달 정부에 '2월 추경 편성'을 요구한 상태다. 기재부가 이에 대해 "너무 이르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지만, 경기침체가 이어지면 새누리당이 다시 "추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다. 바른정당과 국민의당도 경제상황을 감안해 추경 편성에 크게 반대하지 않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말 '2월 추경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식화 한 상태지만, 상황에 따라 입장이 바뀔 수 있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정책 결정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전격적으로 추경카드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이 굵직한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추경을 하게 되더라도 야권이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재부 관계자는 "추경의 경기부양 효과가 약해지고 있는 만큼 가장 효율적으로 예산을 투입해야 할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면서 "정치논리를 배제하고 추경이 제대로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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