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로 하향조정함에 따라 오는 4월을 전후로 '벚꽃추경'을 편성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2%대 초중반 성장률이 불가피하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고려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14일 기획재정부와 한은에 따르면 이주열 한은 총재는 전날 금융통화위원회가 끝난 뒤 기자간담회를 열어 국내외 여건변화를 감안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8%에서 2.5%로 0.3%포인트 낮춘다고 발표했다.
대외적으로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 미국 신행정부 정책의 불확실성 등에 대내적으로는 위축된 소비심리와 '최순실 게이트' 등 정국 혼란이 지속되고 있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국내 경제는 경제주체들의 심리 위축 등으로 내수가 둔화되겠지만 수출이 세계 경제 회복에 힘입어 개선되면서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한은보다 소폭 높은 2.7%로 보고 있지만, 연구기관들은 오히려 한은보다 낮은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은 상황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4%, 현대경제연구원은 2.3%, LG경제연구원은 2.2%, 한국경제연구원은 2.1%를 각각 제시하고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17년 성장률이) 2% 초중반이 불가피하다고 판단되면 추경을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추경 필요성 여부를 판단할 시기에 대해서는 "내년 1분기가 지나봐야 그걸 보고 판단하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재부 내부의 대체적인 시각도 유 부총리와 비슷하다. 1분기 정치상황과 경제여건을 지켜보면서 추경 시기를 조절하겠다는 것이다. 지금 경제여건으로 비춰볼 때, 1분기에 내수가 살아날 모멘텀은 찾기 어렵다. 수출이 기저효과에 힘입어 지표상으로 회복될 수 있지만, 경기를 견인할 힘은 크지 않다. 대외적으로는 일부 신흥국 경제위기 등 돌출 악재가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기재부 관계자는 "1분기 경제지표가 나오려면 5월은 돼야 하지만 3월 말이나 4월 초가 되면 대체적인 경기흐름을 읽을 수 있다"면서 "이 즈음에 추경에 대해 구체적인 검토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정치권이 추경을 적극 요구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미 여당인 새누리당은 정부에 '2월 추경 편성'을 요구한 상태다. 기재부가 이에 대해 "너무 이르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지만, 경기침체가 이어지면 새누리당이 다시 "추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다.
야권에서는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말 '2월 추경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식화 한 상태지만, 상황에 따라 입장이 바뀔 수 있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정책 결정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전격적으로 추경카드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된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이 굵직한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추경을 하게 되더라도 민주당이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바른정당과 국민의당도 경제상황이 나빠지면 추경 편성에 반대할 명분이 없는 상태다.
정치권이 추경을 주도할 경우, 대선을 염두에 둔 나눠먹기식 추경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각 당이 표심을 잡기 위해 전략적으로 예산을 편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선심성 예산이 많아져 '경기 부양'이라는 추경의 목표 달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 그러나 과거 양당 체제와 달리, 교섭단체만 4개로 분화된 정당 구조에서 여당 또는 제1당이 예산을 주무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기재부 관계자는 "추경의 경기부양 효과가 약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예산을 투입해야 할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면서 "정치논리를 배제하고 추경이 제대로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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