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대란 한 달 째…대형마트, 총 4차례 계란 판매가 인상
사상 첫 계란수입까지…설 앞두고 물량 해소될까
외식업계, 한 판에 8990원? 여전히 가격 부담…외식물가 줄줄이 인상으로 이어져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조호윤 기자]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로 계란대란 사태가 발생한지 한달여가 됐다. 계란 품귀현상으로 가격은 폭등했고 최초로 외국에서 수입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가계는 물론, 대형마트, 도ㆍ소매점 등 유통업체들과 노점상, 외식업체 등은 치명타를 입게 됐다. 당장 문제는 설 명절이다. 수입산 계란이 풀린다고 해도 가격이 비싸 이용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이르면 오는 20일 미국산 계란을 들여와 판매할 계획이다. 이번에 선보이게 될 미국산 계란은 기존 거래선인 계림 농장이 미국 아이오와주에 위치한 농장에서 수입한 것으로, 총 100t(특란 150만개) 규모의 물량이다. 국내 검역 절차를 완료하면 '하얀계란'(특란 30개)이라는 이름으로 점포에 입고될 예정이다. 판매가는 8990원으로 노마진으로 판매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수입산 계란 대책을 내놓은 것은 천정부지로 치솟은 계란값에 있다. 대형마트업계는 한달여간 총 네 차례 계란 판매가를 인상했다.
최초 인상은 지난해 12월8일이다. AI 최초 발생일(11월16일)로부터 보름가량이 지난 시기다. 당시 대형마트업계에서는 대규모 살처분으로 인해 양계 농가의 피해가 확대되면서 공급량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며 계란 판매가를 평균 5% 인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후에도 세 차례 더 추가 인상을 단행했다.
물량이 부족하자 구매도 제한됐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1인1판'으로, 홈플러스는 '1인2판'으로 제한하며 수급조절에 나섰다. 구매제한에도 불구하고 계란은 곳곳에서 품귀현상이 벌어졌다. 이에 따라 이번 수입산 계란은 설을 앞두고 급증하는 수요에는 다소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외식업계 사정은 심각하다. 계란 수입이 물량 해소에는 도움이 될 수 있어도 가격적인 측면에서는 여전히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현재 3사의 계란 1판(30개) 판매가는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순으로 각각 7580원, 7290원, 7290원이다. 이는 AI 발생 이전 가격(5980원)에 비해 최대 26.7% 오른 수준이다. 수입산도 한 판에 8900원대에 달해 가격부담이 크다는 게 업계 입장이다.
독산동에서 백반집을 운영하고 있는 정모씨는 "수입산이 들어온다고 해도 한 알에 300원대로 비싸다"며 "예전에 계란 30개 한 판에 2000원대였는데 누가 8000원씩 주고 사서 계란 반찬을 만드냐"고 토로했다.
특히 업계에서는 외식경기가 더욱 위축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제 계란대란 한 달간 계란메뉴를 대체하거나 아예 메뉴에서 빼는 등 활용도를 최대한 줄인 외식업체들이 상당하다.
상도동의 한 한정식집은 최근 계란찜을 순두부로 대체했고, 구로동의 한 백반집은 밥 위에 올렸던 계란 후라이를 동그랑땡 햄으로 바꿨다. 일부에서는 왜 계란이 빠졌냐며 항의하는 손님도 있다.
한 소비자는 "계란후라이를 못주는 것은 그렇다쳐도 다른 반찬도 예전에 비해 부실해졌다"고 꼬집었다. 해당업체 직원은 "계란값은 물론이고 무, 양배추 등 밑재료로 쓰는 식재료값이 다 올라 어쩔 수 었다"며 "가격을 올리면 손님 이탈이 곧바로 나타나기 때문에 값을 올리진 못하고 결국 최대한 원가를 줄여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덩달아 가격도 올리고 있다. 유기농 단팥빵집으로 유명한 인유단은 일부 매장에서 최근 가격인상을 단행했다. 문제는 이같은 가격상승은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계란 때문에 온갖 재료값이 다 올랐다"며 "계란을 재료로 한 마요네즈도 가격이 올랐고, 납품받아오는 빵도 오르는 등 앞으로도 더 오를 것 같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들은 당장 지갑을 닫게 되는데 이대로 가다간 외식경기가 더 위축될 수 있어 염려스럽다"고 한숨지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조호윤 기자 hod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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