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찜 대신 순두부, 후라이 대신 햄
메뉴 대체하고 있지만 계란대란 장기화될 경우 외식소비 위축 우려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수입산이 들어온다고 해도 한 알에 300원대라잖아요. 예전에 계란 30개 한 판에 2000원대로 사왔는데 아무리 수입해서 계란 물량 풀어준다고 해도 누가 한 판에 8000원씩 사서 계란 반찬 만들어줍니까. 계란 가격이 원상태 되지 않는 한 힘들 것 같아요."
독산동에서 백반집을 운영하고 있는 정모씨는 계란 수입산이 들여오면 숨통이 트이겠냐는 질문에 "어차피 가격이 똑같이 비싸기 때문에 계란 사용은 지금처럼 최대한 줄일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의 여파로 정부가 수입산 계란을 들여온다고 밝혔지만 외식업계의 식재료비 부담은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계란대란이 한 달 째 이어지면서 외식업계는 계란 비중을 최대한 줄이거나 다른 메뉴로 대체하고 있지만, 일시적인 방편에 불과해 향후 외식경기가 더 얼어붙는 게 아니냐는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상도동의 한 한정식집은 최근 계란찜을 순두부로 대체했다. 서비스반찬으로 계란찜을 뚝배기 그릇에 담아내오곤 했지만, 계란값이 부담스러워지자 순두부로 바꾼 것이다. 구로동의 한 백반집은 밥 위에 계란 후라이를 올려 옛날식 도시락을 판매해왔지만, 얼마 전부터 후라이 대신 햄으로 대체했다. '복고'가 콘셉트라 옛 동그랑땡 햄을 넣었지만 퍽퍽한 햄 맛에 손님들은 계란 후라이보다 못하다는 불평을 쏟아냈다.
이곳을 찾은 한 소비자는 "계란후라이를 못주는 것은 그렇다쳐도 다른 반찬도 예전에 비해 부실해졌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이곳 직원은 "계란값은 물론이고 무, 양배추 등 밑재료로 쓰는 식재료값이 다 올라 어쩔 수 었다"며 "가격을 올리면 손님 이탈이 곧바로 나타나기 때문에 값을 올리진 못하고 결국 최대한 원가를 줄여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계란값이 오르면서 계란 대신 메추리알을 넣는 곳들도 있다. 한 고깃집 체인점은 냉면에 메추리알을 반으로 잘라넣기 시작했으며, 분식집에서도 쫄면, 라볶이 등에 계란 반쪽 대신 메추리알 반쪽을 넣고 있다. 프랜차이즈 치킨전문점에서도 일부 매장에서는 매운맛 치킨 주문시 주던 구운계란을 없애고 메추리알로 대체하기도 했다. 또한 오므라이스전문점에서는 메뉴 가격을 1000원씩 올리는가하면 서비스로 500원에 주던 계란 후라이를 2000원씩 올려받는 곳도 생겨났다.
식당뿐만 아니라 제과제빵업체를 운영하는 개인빵집들도 고심이 커졌다. 최근 인기를 끌기 시작한 카스테라업체가 가장 타격이 심하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홍대에 문을 연 대만식 카스테라업체는 최근 아예 문을 닫았고, 유기농 단팥빵집으로 유명한 인유단은 일부 매장에서 최근 가격인상을 단행했다. 계란값 폭등과 기타 재료비 상승으로 부득이하게 올리게 됐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이같은 가격상승은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향후 외식소비가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계란 때문에 온갖 재료값이 다 올랐다"며 "계란을 재료로 한 마요네즈도 가격이 올랐고, 납품받아오는 빵도 오르는 등 앞으로도 더 오를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들은 당장 지갑을 닫게 되는데 이대로 가다간 외식경기가 더 위축될 수 있어 염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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