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발뺌하더니…태블릿 PC속 대통령 말씀자료 수정 개입 정황 포착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정현진 기자]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박근혜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에도 관여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 그동안 '국정 역사교과서는 최순실 교과서'라는 비판 여론에 대해 "(최순실) 국정농단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해명해 온 교육부의 입장이 난처하게 됐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11일 최씨의 태블릿PC에서 발견한 2015년 10월13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대통령 말씀자료 수정본에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관련된 대목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바로 전날인 2015년 10월12일 교육부가 중ㆍ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방침을 공식 발표한 직후다. 이로부터 약 3주 후인 2015년 11월3일 황교안 국무총리는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교과서 국정화를 확정 고시했다.
이규철 특검보(대변인)는 "연설문의 어떤 부분을 수정했는지 자세히 말하기는 곤란하다"면서도 "박 대통령이 역사관 등에 대해 언급한 부분의 수정에 (최씨가) 관여한 정황이 있다"고 확인했다.
특검 조사에 따르면 2015년 10월13일 수석비서관회의는 애초 박 대통령이 주재할 계획이 없었다. 그런데 그날 오후 한ㆍ미 정상회담을 위해 출국을 앞두고 있던 박 대통령이 예정에 없던 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에 대한 입장을 처음으로 밝혔다. 박 대통령은 "대한민국에 대한 확고한 역사관과 자긍심을 심어주는 노력을 우리가 하지 않으면 문화적으로도, 역사적으로 다른 나라의 지배를 받을 수 있다"며 국정교과서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박 대통령은 또 "역사교육은 정쟁이나 이념 대립으로 인해 국민들을 가르고 학생들을 나누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면서 "정치권이 불필요한 논란으로 국론분열을 일으키기보다는 올바른 역사교육 정상화를 이뤄서 국민 통합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특검팀은 이 구절의 원문이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거쳐 최씨에게 건네졌고, 최씨가 고쳐 다시 정 전 비서관을 통해 박 대통령에게 전달된 단서를 포착했다.
이 특검보는 "최씨가 추가하거나 삭제한 부분이 이메일에 표시돼 있었다"며 "정 전 비서관도 '당시 유난히 수정사항이 많아 특별히 기억하고 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밝혔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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