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12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에게 뇌물공여 혐의 등을 적용했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을 상대로 삼성물산ㆍ제일모직 합병에 도움을 받은 대가로 삼성그룹이 박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비선실세' 최순실(구속기소)씨 측에게 각종 자금을 제공했는지를 조사할 방침이다. 그동안 검토해왔던 '제3자 뇌물죄'뿐 아니라 직접 '뇌물죄'도 함께 검토한다.
이규철 특검보(대변인)는 11일 정례브리핑에서 "내일 오전 9시 30분 이 부회장이 특검에 출석한다"며 "오늘 오전 삼성 측에 소환일자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부회장의 혐의에 대해서는 "소환해 조사한 후 뇌물공여나 제3자 뇌물공여, 다른 기타 혐의를 추가할 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에 대해 "원론적으로 모든 가능성 다 열려있다"고 언급해 구속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부회장이 특검 소환조사를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그룹 2인자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이 부회장의 측근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이 특검 소환조사를 받은 지 이틀만이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 소환 조사를 받았고 지난달 9일에는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부회장, 朴·삼성 '뇌물죄' 수사 정점…피의자 입건= 이 부회장은 특검팀이 수사 개시 처음부터 수사력을 집중해온 '뇌물죄' 혐의를 받고 있는 핵심 인물이다. 당초 이 부회장은 특검에 소환될 경우 참고인 신분일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하지만 특검팀은 수사 개시 20여일만에 이 부회장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특검팀이 '삼성-최 씨-박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뇌물죄 수사가 상당 부분 진척됐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2015년 7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이 박 대통령을 중심으로 도와준 정황을 상당 부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과정에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현 국민연금 이사장)이 재직 당시 국민연금에 찬성표를 던지라고 종용한 사실을 인정했고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 등 삼성의 최 씨 측 지원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합병을 도와준 대가였다는 물증도 다수 파악했다. 박 대통령이 안 전 수석과 문 전 장관을 통해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에게 합병을 찬성하도록 했다는 지시 루트를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그룹의 최 씨 측에 대한 자금 지원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특검팀은 삼성의 합병과 최 씨 측에 대한 지원을 연결하는 지점이 바로 박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의 독대라고 보고 있다. 2015년 7월 25일 이 부회장이 박 대통령과 독대한 이후 최 씨와 딸 정유라 씨에 대한 삼성의 승마 특혜 지원이 빨라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독대 직후 이 부회장이 회의를 열어 승마 지원을 지시했고 이틀 뒤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이 지원을 논의하기 위해 독일로 출국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2015년 8월 최 씨의 독일 개인회사 코레스포츠(비덱스포츠 전신)와 220억원대 승마훈련 컨설팅 계약을 맺고 같은 해 9~10월 모두 78억여 원을 최 씨 회사에 직접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삼성그룹이 최 씨의 조카 장시호(38)씨가 운영하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 2800만원 상당을 특혜를 지원한 것도 사실상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위한 대가로 보고 있다. 특검팀이 장 씨로부터 추가 입수한 최 씨의 태블릿PC는 수사의 핵심 증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 측은 그동안 후원 요구에 대해 거절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적 부담을 느꼈다며 직권남용·강요의 피해자라고 주장했지만 특검팀은 삼성이 경영승계를 위해 박 대통령과 뒷거래에 나섰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또 다른 태블릿, 이재용 압박 외통수 되나= 특검팀은 이 부회장을 소환조사 하는 과정에서 태블릿PC에서 나온 증거를 제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특검 관계자는 "수사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이 부회장에게 내용을 보여주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11일 장시호 씨를 통해 입수한 최 씨의 태블릿PC의 실물을 공개했다. 이 태블릿 PC에는 최 씨가 삼성에게 받은 지원금을 독일에서 사용내역이 있다고 특검팀은 밝혔다. 특히 코레스포츠 설립과 최 씨의 딸 정유라 씨에 대한 삼성의 특혜지원과 관련한 다수의 이메일이 담겨있다. 삼성에서 보낸 지원금이 코레스포츠로 유입돼 독일에서 사용되는 내역, 부동산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세금처리 방법 등이 자세하게 나온 것으로 특검팀은 파악했다.
이 태블릿PC는 JTBC가 보도한 제품과는 다른 것이며 최 씨가 2015년 7~11월께 사용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최 씨의 이메일 내용을 확인한 결과 주 사용 기간이 이 때였던 점이 근거가 됐다. 최 씨는 주로 GMAIL계정을 이용해 독일에서의 조력자로 알려진 데이비드윤 씨,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대한승마협회 부회장) 등과 주로 이메일을 주고 받았다.
핵심 증거인 제2의 태블릿PC를 소환을 앞둔 이 부회장에 대한 직접적이고 강력한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는 모양새다. 최 씨가 주고받은 삼성 관련 이메일이 발견되면서 삼성 측 대응전략도 급히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기존 수사 내용과 태블릿PC에서 확보한 내용 등을 토대로 이 부회장에게 최 씨 측에 각종 자금을 지원한 것이 삼성 합병과 연관성이 있는 지 등을 조사해 나갈 방침이다.
이 부회장 소환을 앞두고 결정적 증거가 새로 등장하면서 삼성 측은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삼성 측은 특검팀이 이 내용을 공개하기 전까지 관련 내용을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특검팀은 지난 9~10일 특검 조사를 받은 최 부회장과 장 사장에게도 태블릿PC에서 나온 이메일 등 삼성 관련 내용을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특검팀은 국조특위에 이 부회장에 대한 위증 고발 요청 방침을 정하고 시일을 조정하고 있다. 특검 관계자는 "국조특위가 사실상 15일에 끝난다고 보고 그 전에는 해야하니까 조만간 소환 일정 등을 고려해 요청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팀이 위증임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하고 이 부회장에 대해 뇌물·위증죄 혐의를 포함해 체포·구속영장을 청구할 경우 법원이 영장을 발부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게 법조계 다수의 의견이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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