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김보경 기자, 유제훈 기자] 한ㆍ일 관계가 '부산 일본총영사관 소녀상'이란 암초를 만나 표류하는 가운데 유일한 민의(民意) 대변기관으로 자리매김한 국회마저 우왕좌왕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필두로 기다렸다는 듯 '한국 때리기'에 나선 일본 정부를 향해 힘을 모아 이렇다할 대응에 나서지 못한 때문이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며 주한 대사 귀국과 스와프 협상 중단으로 총공세에 나선 일본 정부에 대해 규탄 이외에는 실질적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전날 각기 다른 논평을 통해 형식적으로 비판에 나선 것이 전부였다.
정용기 새누리당 원내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일본의 소녀상 철거 공세에 대해 대단히 유감"이라고 비판했고, 비박(비박근혜)계 탈당파가 창당한 바른정당의 장제원 대변인도 "일본은 소녀상 철거 운운하기 전에 진정한 사과와 반성을 먼저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병국 창당준비위원장이 나서 "속 좁은 아베 총리의 행태에 실망을 금치 못했다"고 비난한 게 그나마 강도높은 대응이었다.
야권은 오히려 대여 공세에 집중했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대변인은 "푼돈에 민족의 자존심을 팔아버린 잘못은 한 번이면 족하다"면서 한일 위안부 합의에 나섰던 우리 정부를 비판했다. 같은 당 우상호 원내대표도 "현재의 외교참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외교실패가 문제"라며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장진영 국민의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위안부 피해자들 의사와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체결된 협정은 아무런 효력이 없다"며 정부를 향해 날을 세웠다.
목소리만 높이고 실질적 대응에 실패한 국회의 움직임을 놓고 정치권에선 '탄핵 정국'과 '대선 정국'이 맞물리면서 초당적 협력이 어려워진 구도를 이유로 꼽았다. 이런 까닭에 거듭된 한일의원 친선연합회 구성 요청에도 민주당을 제외한 다른 정당들이 미온적 태도로 일관했다는 것이다. 급기야 새누리당 비박계의 분당으로 4당체제가 형성되면서 원내 정당 간 협의가 더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 회의에서 "지난 6개월간 여야 간 합의가 안 돼 (한일)의원 친선연합회가 출범조차 못했다는 게 한심하다"며 "국회의장이 (나서) 이달 중으로 친선협회를 구성하고 이곳을 중심으로 외교 현안을 해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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