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혜원 특파원] 한국과 일본 양국 관계가 위안부 소녀상 설치 문제로 급랭한 가운데 중국이 일본 정부를 향한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한국뿐 아니라 중국에도 큰 피해를 입혔음에도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지 않은 데 대한 중국 측의 오랜 반감이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9일 정례 브리핑에서 "위안부 문제는 일본 군국주의가 2차 세계대전 당시 범한 엄중한 반(反)인류 범죄"라고 규정하면서 "일본은 깊이 반성해야 하며 왜 자꾸 이런 역사적 문제에 대해 역사의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느냐"고 비판했다.
관영 언론도 비난에 가세하는 분위기다. 신화통신은 이날 "위안부 소녀상 건으로 한일 관계에 또 다시 풍파가 일었다"면서 이는 일본이 진솔한 사과를 하지 않은 데 근본 원인이 있다고 보도했다. 신화통신은 한일 양국 간 위안부 합의 과정을 상세하게 전달하면서 "일본 정부의 도의적 책임이라는 모호한 인정만 있을 뿐 법적 책임에 대해서는 애매한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중국망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직접 겨냥해 "일본의 지도자는 중요한 책임은 회피하고 대수롭지 않은 문제만 이야기하며 요점은 피하고 공론만 일삼는다"라면서 "이 같은 태도와 표현으로 일관하는 것이 바로 전 세계인으로 하여금 일본이라는 나라가 진실성이 없다고 느끼게 하는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환구시보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한국이 일본과는 소녀상 설치 문제로, 중국과는 사드 배치 문제로 곤란한 상황에 처했는데 상대국과의 긴장 완화를 위해 지혜로운 정치적 해결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소녀상을 철수하는 것보다는 사드 배치를 철회하는 것이 더 쉬운 방법 같다"고 덧붙였다.
미국 국무부는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구체적인 언급은 자제하면서 일본 정부가 주한 일본 대사와 부산 총영사를 소환 조치한 데 대해 "외교관이 오가는 것은 드물지 않은 관행"이라고 에둘러 표현했다. 일본은 소녀상 설치에 반발해 양국 간 진행 중인 한일 통화 스와프 협상을 중단하고 한일 고위급 경제 협의도 연기하기로 했다.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