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집회 연인원 1000만 돌파, 헌재·총리공관 지나 보신각 집결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기하영 기자, 문제원 기자] 올해 마지막 날인 31일 열린 촛불집회는 연인원 1000만명을 돌파하며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1000만 돌파는 지난 10월29일 처음 집회를 시작한 이후 63일만이자 64일째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10차 집회에서 오후 10시30분 기준 서울 100만, 지역 10만4000명이 모였다고 밝혔다. 단일 의제로 1000만명이 집회에 집결한 것은 역사상 첫 번째 사례다.
오후 5시30분부터 시작된 이날 집회는 시민자유발언대로 문을 열었다. 참가자 이순주씨는 "출발선이 공정하지 못한 나라에서 우리는 상위 1% 사람들의 노예나 마찬가지"라며 "평화롭게 즐겁게 집회를 계속해 지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각장애인 김세식씨는 "박근혜 국가에서 가장 먼저 죽어간 사람은 저처럼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한 사람이었다"며 "국민 한 사람도 소외 받지 않는 광장에서 이게 바로 나라라고 외치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의 말은 자원봉사자가 화면을 통해 수화로 번역됐다. 박근혜 대통령 성대모사로 유명한 전종호씨는 "제가 이러려고 국민됐냐"며 "올바른 역사를 배울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다.
본 집회가 시작된 오후 7시가 되자 광화문 광장엔 6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모였다. 촛불을 밝히는 불을 나눠 붙이는 가족들과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많았다. 아이들과 손을 잡고, 유모차까지 끌고 온 가족 단위로 참여한 시민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권태선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대표는 "주권자의 이름으로 박근혜 정권의 시대착오적 낡은 체제를 바꾸고 새로운 장을 열겠다"며 "촛불혁명은 이제 시작이고 특권과 반치근 허용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제가 교육감으로 있는 한 서울에 있는 학교에서 국정 교과서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겠다"며 "촛불 시민혁명은 우리 모두가 새로운 국가, 새로운 사회, 새로운 교육을 만들 때 완성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후 8시, 광화문 광장에 80만명이 모이며 분위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기타리스트 신대철씨와 가수 전인권씨가 꾸민 무대 덕분에 마치 콘서트 현장을 방불케 했다. 더불어 배우 박건형씨와 시민들이 올라와 상록수를 부르면서 뮤지컬 무대로 만들었다.
전국 단위로 연인원 1000만명이 넘은 오후 9시가 되자 '하야의 종'이 울렸고 시민들은 환호했다. 이승훈(34)씨는 "한 해를 마무리하고 참여 인원 1000만을 채우기 위해 즐거운 마음으로 집회에 참여했다"며 "노력한 만큼 대가를 받을 수 있는 공평한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미연(여·28)씨는 "한 해 마무리 있게 하기 위해 행진하고 제야의 종소리를 듣고 가려고 한다"며 "내년에도 좋은 기운이 계속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집회 참석자들은 오후 9시30분부터는 청와대와 헌법재판소, 총리공관으로 행진했다. 또 보신각으로 집결해 제야의 종소리를 들었다. 타종행사엔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록해 시민대표 11명이 참석한다. 지하철 쌍문역 심정지 환자를 심폐소생술로 살린 홍예지(21) 학생, 서교동 원룸 화재 당시 구조활동을 하다 숨진 고 안치범씨의 아버지 안광명(62)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면서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해 활동하는 길원옥(89)씨, 리우올림픽 양궁 금메달리스트 장혜진(29) 선수,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전명선(46)씨, 촛불집회 쓰레기봉투 기부자 박기범(21)씨 등이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기하영 기자 hykii@asiae.co.kr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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