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협상의 시작을 알리는 리스본 50조 조항이 발동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4선에 성공하고 떠오르는 극우스타 마린 르펜 국민전선 대표는 프랑스 대선 도전에서 실패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며 북한의 핵실험은 성공하지 못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내년에 일어날 것으로 예상한 주요 사건들이다. 신문은 브렉시트 협상 시작, 프랑스 대선, 독일 총선과 같은 유럽의 정치 사건들이 내년 세계 정치·경제 지형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작년 말 내놓은 2016년 전망에서 올해 메르켈 총리의 실각 가능성을 언급했던 FT는 내년 9월 독일 총선에서 메르켈이 난민역풍을 잘 견디고 4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집권당의 의석수는 줄어들 전망이다.
내년 1월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정책 행보도 관심이다. FT는 선거기간 중 막말을 쏟아냈던 트럼프가 상당부분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내다봤다. 멕시코와의 장벽을 건설하겠지만 국한된 일부 지역에 상징적으로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이란 핵협상을 줄곧 비판해왔지만 당선 후 핵협상을 전면 무효화하는 카드를 쓰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FT는 미국이 입장을 철회하더라도 협상에 서명한 다른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이 기존 입장을 유지할 것이라면서 협상의 결속력이 느슨해질 수는 있지만 폐기되는 극단적인 시나리오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와 푸틴과의 브로맨스는 깊어질 전망이다. 신문은 이슬람국가(IS)에 대한 강경 대응 원칙을 밝히고 있는 트럼프가 테러그룹에 대한 대처를 위해 취임후 100일 이내에 푸틴과 공동 성명을 발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들 정상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IS 척결은 요원할 것이라는 게 FT의 전망이다.
FT는 올해 수차례의 도발에 나섰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내년에는 핵실험에 신중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의 보복을 계산하면서 강력한 핵 도발을 통해 '국제적 레드라인'을 건너는 무리수를 두기가 어려워질 것이란 해석이다.
경제 부문에 있어서는 위안화 안정, 미국의 꾸준한 금리인상, 유가 상승 등이 화두다. 신문은 내년 미국이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하겠지만 트럼프 경제정책 효과 여부에 따라 인상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는 재정확대와 인프라 투자 등을 통해 성장률을 끌어올리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미국의 인구구조나 경제 성숙도, 생산성 등을 놓고 보면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FT는 현재 0.5~0.75%인 미국의 기준금리가 내년 말까지 1.5%를 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트럼프 효과로 급등한 미국 증시의 추가 상승은 쉽지 않을 것으로 추정했다. 현재 2250선인 S&P500 지수는 내년 말에도 2300을 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신문은 또 위안화가 10% 이상 절하되는 등의 극단적인 중국발 악재가 터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본유출, 부동산 시장 냉각과 같은 우려들이 있지만 중국 정부의 위안화 안정 노력이 효과를 거둘 것이란 예상이다. 반면 유럽 은행권 위기와 유럽의 저성장 등은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을 악재로 꼽혔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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