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저녁 광화문광장 60만명 등 참가해 9차 촛불집회 개최...보수단체도 맞불 집회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기하영 기자, 금보령 기자]24일 오후 크리스마스 이브와 추운 날시에도 불구하고 9차 촛불집회가 열려 전국 70만여명(주최측 추산)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적폐 청산 등을 외쳤다.
24일 촛불집회를 주최하는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30분 현재 서울 광화문광장 등 전국 촛불집회에 총 70만2000명이 참여했다.
서울 광화문광장에는 60만명이 모였다. 지역 별로 부산 7만명, 광주 1만명, 전남 4000명, 울산 3000명, 대전 3000명, 대구 3000명, 경남 3000명, 전주 2000명, 제주 2500명, 청주 1000명, 세종 150명, 춘천 150명으로 총 70만 2000명이다.
영하의 추위와 크리스마스 이브임에도 불구하고 광화문 광장이 가득 채워졌고 동아일보사 앞까지 시민들 운집했다. 이날 집회의 주제는 ‘끝까지 간다! 박근혜 즉각 퇴진·조기 탄핵·적폐청산 9차 범국민행동의 날’로 진행됐다.
퇴진행동 측은 "촛불이 9주째 지속되고 탄핵 이후 3주째 진행됐지만 가족 단위 참가자들 더 많이 눈에 띄었다"라고 말했다.
오후 5시부터 열린 본집회에서는 박 대통령 즉시 퇴진, 적폐 청산 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재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퇴진행동 특위 부위원장은 “국정농단 주범 박근혜를 국민의 힘으로 즉각 퇴진시켜야 한다”며 “박근혜 적폐를 청산하지 않으면 도로 박근혜 세상이 될 수 있다고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버티고 있는 박근혜, 청문회에서 뻔뻔스럽게 오리발만 내밀던 김기춘과 우병우를 구속시켜야 한다”며 “대통령 코스프레 하면서 박근혜표 나쁜 정책을 추진하려고 하는 황교안과 그 부역장관들을 모두 사퇴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에게도 “탄핵심판은 오래 걸릴 이유가 없다. 재판 지연은 또 다른 부역”이라며 “조기탄핵은 국민의 명령”이라고 강조했다.
김애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사무처장은 박근혜 정부의 적폐 해소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저임금과 고용불안의 상징인 비정규직이 1000만명인 대한민국에서 온 국민의 소망은 넉넉한 임금과 평생일자리가 보장되는 좋은 일자리를 갖는 것”이라며 “성과퇴출제는 좋은 일자리 많이 만들어야 할 국가와 대통령이 재벌에게 삥 뜯고 그 대가로 국민을 쉽게 해고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실검 1위 올리기 미션도 이어졌다. 오늘의 시제어는 ‘조기탄핵’, ‘헌재는 답하라’였다. 이날 6시 20분께 ‘조기 탄핵’이 실제 실시간 검색어로 오르기도 했다.
자유발언에 나선 시민 한은희(33)씨는 “8살 된 첫째 딸의 꿈이 바로 대통령”이라며 “첫째 딸은 저기 계신 분이 뉴스에 나올 때마다 속상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데렐라 읽으며 그분이 수요일마다 깊은 마법에 빠져 누군가 놓치고 간 바늘을 찾고, 올림머리 하기 위해 긴 머리카락 타고 비밀스럽게 성 올라간 게 아닌지 이런 생각했다”며 “프린세스 시리즈가 아니라 대통령 위인전을 딸에게 읽히고 싶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또 한씨는 “광화문에 나온 교복 입은 청소년들 보며 미안했다”며 “51.8%가 원하지 않았는데 미성년자란 이유로 그분의 제도로 피해를 가장 많이 받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른들을 대신해 다음 세상을 살아갈 아이에게 전하고 싶다”며 “죄송합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미안합니다”라고 말했다.
오후 6시에는 소등행사도 이어졌다. 시민들은 황교안 국무총리가 업무를 보는 정부청사 건물을 향해 “황교안도 공범이다, 황교안도 물러나라”고 외쳤다. 불을 끄지 않은 건물을 향해 “불 꺼라”고 외치는 시민들도 있었다. 퇴진행동은 정부청사 건물 옥상에 “박근혜 구속, 조기 탄핵”이라는 글씨를 빔으로 쏘기도 했다.
이날 남자친구와 함께 집회에 참여한 이모(여·32)씨는 “어떤 이벤트보다 광화문 광장에 오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며 “크리스마스 이브지만 다른 선택은 생각하지 않았기에 행진까지 하고 돌아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오후6시40분께부터 본 집회를 마치고 청운·효자동주민자치센터 청와대 100m 앞 지점, 삼청동 국무총리공관 앞, 헌법재판소 앞 등 세 갈래 방향으로 행진을 벌였다.
청와대 100m 앞 청운·효자동주민자치센터 앞에는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아 청년산타들이 박 대통령에게 대형 수갑이 들어있는 선물 상자를 선물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들은 “아이들에게 선물을, 박근혜에겐 수갑을”, “박근혜 퇴진해야 메리크리스마스”라고 외치기도 했다.
이곳에서 연은정 고려대학교 점거위원회 부위원장은 연단에 올라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이 통과됐지만 황교안이 국정교과서, 사드 배치 등 박근혜 정책들은 그대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박근혜 적폐들의 철회를 위해 촛불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도식 삼성전자서비스센터 비정규직지회 지회장은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의 진짜 몸통은 이재용을 비롯한 재벌총수”이라며 “이들이 지난 수 십년 동안 노동자, 국민을 쥐어짜서 그 돈으로 뇌물을 바치고 정경유착을 통해 국가권력을 차지하고 국정을 농단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반복되는 역사는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며 “재벌 총수를 이제 국민의 촛불로 청산해달라”고 말했다.
청운·효자동 주민자치센터 앞 집회 참가자들은 오후 7시30분쯤 이곳 집회를 정리한 후 광화문광장으로 향했다.
헌법재판소로 향했던 행진은 경찰차벽에 막혀 지하철3호선 안국역 5번 출구 근처에서 멈춰야했다. 이에 대해 퇴진행동 측은 “경찰은 박근혜 비호단체가 이미 집회신고 했다는 이유를 들어 우리 국민들의 촛불집회를 조직적으로 방해했고, 결국 헌법재판소 부근 안국역으로 향하는 행진코스가 법원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이는 일부 극우단체들과 경찰이 국민들의 촛불집회를 고의적으로 방해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퇴진행동은 이곳에서 탄핵을 촉구하는 뿅망치 퍼포먼스를 펼치고 오후7시30분쯤 광화문광장으로 돌아갔다.
오후 7시40분 이후 남은 일부 시민들과 경찰의 대치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시민들은 “집에도 못 가게 왜 막냐”, “인도는 왜 막냐”, “크리스마스 이브인데 집에 가서 파티해야 한다”며 빨리 길을 열어줄 것을 경찰에 요구했다. 약 40분이 지난 8시20분쯤 경찰이 길을 비키는 듯 싶더니 반대편 헌법재판소에서 안국역쪽으로 오는 시민들에게만 도로 진입을 허용해 몇몇 시민들은 “이게 말이 되냐”는 반응을 보였다. 이후 시민들과 경찰의 대치는 8시30분쯤 경찰이 철수하면서 끝났다.
본 집회에 앞서 광화문 일대 곳곳에서는 사전행사가 열렸다. ‘박근혜정권퇴진 청년행동’은 이날 오후 4시부터 크리스마스이브 집회를 기념한 청년산타대작전을 준비했다. 이들은 집회에 참여한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고, 6시 이후에는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해 대형 수갑이 들어 있는 선물 상자를 박 대통령에서 선물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개그맨 김제동씨는 오후1시30분부터 토크콘서트 '만민공동회'를 진행했다. 이어 같은 장소에서 가수 마야, 이한철, 에브리싱글데이가 출연하는 박근혜즉각퇴진 콘서트 '물러나 쇼(Show)'가 열렸다.
한편 이날도 보수단체들의 맞불집회가 열렸다.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은 이날 오후 4시 서울시청 앞 대한문에서 3만여명(경찰 추산)이 모인 가운데 박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열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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