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당사자가 직접, 구체적으로 해명하라는 헌법재판소의 요구에 따라 '세월호 7시간' 의혹의 입증 책임은 일단 박근혜 대통령에게 넘어간 모양새다.
청와대는 헌재 요구대로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3일 "감출 것도 없고, (자료를) 내면 될 일"이라면서 "당당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전날 박 대통령 대리인이 헌재의 탄핵심판 1차 준비기일 뒤에 밝힌 입장보다 무게감이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대리인인 이중환 변호사는 전날 헌재의 첫 준비기일 직후 브리핑에서 "대통령을 직접 만나 물어 확인하고,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를 대통령비서실ㆍ청와대 (국가)안보실에 부탁해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제출하겠다'와 달리 '내면 될 일'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청와대의 입장이 미묘하게 달라졌음을 시사한다. 보다 적극적인 의사 표현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이 무엇을 했는지는 당사자인 박 대통령이 가장 잘 알지 않겠느냐'는 게 헌재의 논리다. 탄핵심판 준비절차 수명재판관 중 한 명인 이진성 재판관은 준비기일에서 박 대통령 대리인단에 규명 요구를 하며 "그 날(세월호 참사 당일)은 워낙 특별한 날이었다"고 강조했다.
특별한 날이었던 만큼 대부분의 국민은 당시 자기가 무얼 했는지 떠올리면 기억해낼 수 있을 것이고, 박 대통령도 비슷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 재판관은 이를 전제로 "문제의 7시간 동안 피청구인(박 대통령)이 청와대 어느 곳에 위치했었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봤는지, 업무중에는 공적인 업무가 있고 사적인 업무가 있을텐데 그걸 시각별로 밝혀달라"고 주문했다.
이 재판관은 또 "(언론) 기사나 청문회에 의하면 (박 대통령이) 여러 보고를 받았다고 하는데, 어떤 보고를 받았으며 수령한 시각은 몇 시인지, 대응지시가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이런 데 대해서 본인이 가장 잘 알 것"이라고 지적했다.
헌재의 이 같은 요구는 언론의 추적보도나 국회의 '최순실 청문회'만으로는 박 대통령의 당시 행적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결론 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별검사의 수사를 기다리고 있을 수도 없다.
이런 가운데 행적 논란과 맞물린 각종 의료시술 의혹과 관련해 전날 청문회에 불려나간 청와대 간호장교 출신 조여옥 대위까지 '모른다'는 답으로 일관하면서 관련자들 중 누구도 이렇다 할 해명이나 설명을 내놓지 못 한 상황이 됐다.
한편 헌재는 준비기일에서 신속하게 탄핵심판을 진행한다는 원칙 아래 국회가 소추의결서에 적시한 박 대통령의 헌법 및 법률 위반사항 총 13개를 5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정리했다. ▲ 최순실 등 비선조직에 의한 국정농단에 따른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 위반 ▲ 대통령의 권한 남용 ▲ 언론의 자유 침해 ▲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 ▲ 뇌물수수 등 형사법 위반 등이다.
헌재는 또한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등 국회와 박 대통령 양 측이 공통으로 신청한 증인을 채택했다. 헌재는 오는 27일 오후 2시에 2차 준비기일을 진행하기로 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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