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이대호(34)는 내년 시즌 어디에서 뛰게 될까. 국내 자유계약선수(FA)들이 잇달아 진로를 확정하면서 이대호의 진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국내 FA 중에는 해외 무대를 노크하려다 단념하고 국내에 잔류하는 선수가 많다. 최형우(33·KIA), 차우찬(29·LG), 김광현(29·SK)이 그랬고 양현종(28)도 아직 계약하지 않았지만 국내 잔류 의사를 밝혔다. 황재균(29)도 미국에서 쇼케이스까지 진행하며 의욕을 보였지만 아직 계약이 진전됐다는 소식은 없다.
국내 FA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일본 리그는 매력이 크게 떨어졌다. 결국 '해외=미국 메이저리그'가 공식이 됐다. FA 선수들의 잇단 잔류는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국내 선수들을 평가하는 시선이 여전히 박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대호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메이저리그 도전에 대한 열망이 컸지만 지난 2월달에야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해 꿈의 무대에 진출했다. 메이저리그 로스터 진입이 보장되지 않은 스플릿 계약이었다. 실력을 증명해 메이저리그에서 뛰었지만 왼손타자와 교대로 타석에 서는 '플래툰'을 감수해야 했다. 이대호는 메이저리그에서 뛰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했다.
지금 이대호의 머릿속은 아주 복잡한 것 같다. 이대호는 지난 10월31일 귀국 기자회견에서 플래툰 시스템과 관련해 "처음에는 대타도 재미있었는데 나중에는 자존심이 상했다. 출장 기회 등이 새로운 팀을 고를 때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이대호가 메이저리그에서 계속 뛰려면 플래툰 시스템을 감수해야 한다.
이대호의 소속사인 몬티스 스포츠 매니지먼트 그룹 관계자는 "(이대호의 진로에 대해) 추측하는 기사들이 나오고 있는데 아직 확실하게 정해진 것은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좋은 조건을 제시해주는 곳에서 뛸 것 같다. 몇 팀이 있다"고만 했다.
이대호가 일본에서 뛸 가능성도 있다. 일본 구단들은 여전히 이대호를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높게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금전적으로 크게 메리트가 없는 데다 이대호는 이미 일본에서 우승을 맛보았기 때문에 도전을 한다는 의미도 없다. 그래서 이대호가 국내 무대로 복귀할 수도 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대호의 '친정팀'인 롯데 자이언츠 쪽에서는 우선 이대호의 선택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롯데 관계자는 "이대호가 미국이든, 일본이든, 국내든 향후 행보와 관련해 선을 그어주면 그때 이후에 이대호 측과 접촉을 해 보려 한다"고 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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