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고공행진했지만 2011년 이후 성장세 급감
2010년 강남 코엑스몰 등장 이후 몰링 시대 개막
[아시아경제 이주현 기자]최근 유통업은 모바일의 보급과 인터넷 쇼핑의 확산으로 많은 변화를 마주하고 있다. 다양해진 소비자 니즈를 충족하고 빠르게 흘러가는 소비자 트렌드를 발맞추기 위한 유통업계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백화점 등 오프라인 매장은 가격 차별화가 어려워 상품 차별화 전략으로 선회 중이며 온라인 업계 역시 가격 차별화가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배송과 결제가 중요한 경쟁요소로 떠오를 것으로 판단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가격 차별화와 상품 차별화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는 자체개발상품(PB상품)이 거론되고 있지만 이는 식음료 제조업체들에게는 경쟁 심화와 마진율 포기로 이어질 우려가 존재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백화점은 일제강점기 중반에 처음 생겨난 이후 '부(富)'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경제 성장을 등에 업고 고공행진했다. 최고 전성기를 꼽히는 1990년 이후에도 2011년까지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했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3%에 불과했지만, 당시 백화점 매출은 11% 늘었을 정도다.
하지만 2012년부터 소비 위축과 규제 강화, 온라인 시장 확대 등으로 백화점의 성장세는 주춤해졌고 3% 미만의 성장율에 그쳤다. 백화점 제품은 대부분 사치품으로 여겨져 경기에 민감한 만큼 국가 경제성장세가 꺽이자 소비자들도 덩달아 지갑을 닫은 결과다.
유통업계에선 성장둔화에 직면한 국내 백화점들이 복합쇼핑몰로 진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저성장 기조가 지속될 경우 명품을 즐기는 프리미엄 고객만으로는 생존 자체가 위태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족단위 고객들은 주말마다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장소를 찾는데, 백화점 매장이나 식당가로는 이들을 흡수하는데 한계가 있어서다.
이는 곧 전자상거래 시장의 급성장을 가져왔다.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 변화 뿐 아니라 관련 업체들의 치열한 경쟁과 최저가와 빠른 배송을 내세우며 고객 편의를 최대한 반영하려는 업계의 고군분투가 주효했다.
그러나 동시에 업체들의 수익성은 급격히 악화됐다. 시장점유율은 높고, 고객 수도 빠르게 늘고 있지만 좀처럼 이익을 내지 못하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향후 온라인 시장의 최대 경쟁력이 제품에 대한 신뢰도, 그리고 물류센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금력을 갖춘 대기업 계열이 결국 치킨게임의 승자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통 대기업, '저성장 돌파구'로 PB 선택
시장 내 영향력 확대…전문점부터 수출까지
식품제조업체 위기감↑…하청공장 전락 가능성
식품제조업계의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PB제품 키우기에 팔을 걷은 국내 유통 대기업들의 시장 내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유통 대기업들의 PB 시장 점유율이 커질수록 제조업체들은 살아남기 힘든 환경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유통 대기업들은 경기 침체와 시장 포화라는 한계의 돌파구를 PB로 꼽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이마트 PB 피코크와 노브랜드다.
특히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 갑'으로 꼽히는 노브랜드는 저성장 기조와 맞물리면서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실제로 전문 판매점이 생기고, 베트남 등 해외 시장에도 수출되고 있다.
PB제품 간에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판매가가 시중 식품제조업체 제품보다 저렴하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었지만, 이마저도 PB제품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차별점으로 꼽을 수 없는 분위기다.
경쟁심화에 따라 식품제조업체들의 고민은 더 깊어졌다. PB제품의 저렴한 가격은 유통단계를 축소하면서 가능했지만, 경쟁이 심화되면서 마진율 포기마저도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PB시장이 확대될수록 식품제조업체들의 붕괴 속도는 보다 빨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유통 대기업들이 내놓은 PB제품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질수록 기존 제조업체브랜드(NB)는 시장에서 내몰리는 형국이 될 것이라는 것. 극단적으로는 유통 대기업들의 하청공장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일각에서는 상생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대표적인 상생방안 중 하나는 식품제조업체들이 힘을 합쳐 목소리를 내는 방법이다. 유통 대기업들이 시장 내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함이 목적이다. 궁극적인 해결책은 브랜드 파워를 높이는 방안이다.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브랜드 파워를 기른다면 유통업체들에게도 당당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주현 기자 jhjh1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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