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6월 항쟁과 2016년 촛불 탄핵 시위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1960년 4ㆍ19 혁명ㆍ1961년 5ㆍ16 쿠데타, 1987년 6월 항쟁,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 이처럼 한국 사회는 해방 이후 약 30년을 주기로 커다란 혁명적 사건을 겪으며 발전해왔다. 특히 1987년 6월 항쟁과 이번 박 대통령 탄핵 사태는 대규모 국민들의 시위가 이어진다는 점에서 비슷한 양상으로 진행 중이다. 그러나 원인, 전개 과정, 결과물 등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있기도 하다.
▲ 원인 " 군부 독재의 권력욕 vs 본인의 범죄ㆍ측근 국정 농단과 비리
6월 항쟁은 12ㆍ12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신군부가 권력 유지를 위해 이른바 '체육관 선거'로 대통령을 뽑는 간선제를 유지하려 하자 야당과 재야 세력들이 반발하던 과정에서 시민들의 가세로 폭발한 사건이었다.
반면 박 대통령의 탄핵 사태는 대통령 자신의 헌법 위반ㆍ법률 위반 등 범죄 행위와 최측근인 최순실씨의 국정 농단ㆍ비리가 폭로된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6월 항쟁과는 괴리가 있다. 9일 오후 국회에서 처리될 박 대통령 탄핵안에는 최순실 비선 농단과 언론탄압, 세월호 참사 책임 등 헌법 위반 사항과 K스포츠재단의 롯데그룹 70억원 수수 등 특가법상 뇌물수수ㆍ직권남용ㆍ공문서유출와 같은 범죄 행위가 포함돼 있다.
▲전개 과정 : 전국민적 항쟁은 공통점, 폭력은 사라져
6월 항쟁이나 이번 탄핵 사태는 전국민이 대대적인 시위를 통해 정치권력을 교체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6월 항쟁 당시 전두환 대통령이 후계자로 꼽은 노태우 민정당 총재에게 권력을 넘겨 주려 4월13일 개헌논의 중지를 뼈대로 한 '4ㆍ13 호헌조치'를 발표하자 야당과 시민들은 5월27일 범야권 연합조직인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국본)을 발족해 저항에 나섰다. 앞서 5월18일 김승훈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신부가 폭로한 박종철고문치사사건, 6월9일 발생한 연세대 이한열군 최루탄 피격 사건 등은 국민적 분노의 기폭제가 됐다. 국본은 6월10일 '박종철군 고문살인 조작ㆍ은폐규탄 및 호헌철폐 국민대회', 6월18일 '최루탄 추방의 날' 시위를 연달아 개최해 수십만명의 국민들이 시위를 벌였다. 당시 넥타이부대들의 종이비행기 날리기, 운전기사들의 경적 울리기 등은 아직도 전설로 남아 있다. 이후 시위는 전국으로 확산됐고, 6월26일 100만여명이 넘게 참가한 '국민평화대행진' 집회는 궁지에 몰린 신군부 세력에게 결정타가 됐다. 결국 노태우 총재는 이른바 '6.29 선언'을 발표해 대통령 직선제를 뼈대로 한 대대적인 제반 민주화 조치를 약속하고 말았다.
이번 탄핵 사태도 전국민적 항쟁이 일어난 것은 비슷하다. 10월24일 JTBC의 보도로 최순실씨의 태블릿PC에 국정농단의 결정적 증거물이 포함된 것이 알려지자 10월29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2만여명이 모인 가운데 1차 촛불집회가 열린 후 기하급수적으로 시위 모가 급증했다. 2차 20만명, 3차 100만명, 4차 95만명, 5차 190만명(전국), 6차 170만명(전국 232만명)이 참가해 세계사적으로 유래없는 대규모 시위가 매주 개최됐다.
시위 양상은 다르다. 6월 항쟁 당시에는 대규모 시위 때마다 파출소 등이 불탔고, 수천명이 경찰에 연행돼 옥고를 치루는 등 불상사가 벌어졌다. 반면 이번 탄핵 사태의 경우 6차례의 집회에서 부상자만 다소 나왔을 뿐 폭력 사태가 단 한 번도 없었다. 따라서 구속자는 없고 연행자만 일부 나왔을 뿐이다. 주도세력이 야당ㆍ재야정치세력 등에서 '일반 국민'으로 교체된 것도 딴판이다. 야당 유력 대권 후보인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 조차 지난 6차 촛불집회장에서 자유발언을 신청했다가 거절당할 정도로 이번 촛불집회는 철저히 일반 국민들 위주로 진행됐다. 온라인·모바일 민주주의가 촛불집회를 통해 꽃을 피우고, 평화로운 축제 분위기 속에서 여성·장애인·청소년 등 소수자에 대한 존중 분위기가 형성되는 등 새로운 집회 문화 형성이 본격 진전된 것도 차이가 있다.
▲ 결과 : 정치적 실패, 헬조선 초래 vs 현재 진행형
6월 항쟁은 대통령직선제 개헌과 김대중씨 석방 등 사회 민주화로 이어졌다. 이른바 '87년 체제'로 불릴 정도로 향후 30년의 사회적 변화를 이끈 토대가 됐다. 그러나 정치적으로는 그해 연말 대선에서 야권이 분열하는 바람에 노태우 후보가 당선되는 등 참담한 패배를 맛보기도 했다. 반면 이번 탄핵 사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의 탄핵안 가결 여부와 관계없이 여전히 미지수다. 그러나 6월 항쟁과 마찬가지로 현재 한국사회의 지속가능성에 변수가 될 여러가지 문제점들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게 되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강남훈 한신대 교수는 "6월 항쟁 당시 시민들은 대통령 직선제만 생각했지 이후에 어떤 사회를 만들 지에 대해 고민이 없었기에 2016년 헬조선 사회가 됐다"며 "이번 탄핵 사태를 계기로 새로운 민주 평등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정치권이 아닌 시민들이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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