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 김근철 특파원] 미국 45대 대통령 당선자 도널드 트럼프의 지난 한달 성적표는 낙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퓨리서치 센터가 대선 한달을 맞은 8일(현지시간)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의 업무수행 지지도는 41%에 그쳤다. 이번 조사는 지난 달 30일부터 지난 5일까지 미국 성인 1502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대선 직후 당선 효과를 감안하면 트럼프의 한달 지지율은 역대 최저 수준이다. 지난 2008년 12월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는 72%의 지지를 받았다.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정식 취임을 앞두고 각각 50%와 62%의 지지율을 기록한 바 있다.
트럼프로선 대통령직 수행에 대한 기대감이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중 38%가 '대통령직을 잘 수행할 것'이라고 전망했고 18%는 '평균정도'로 예상했다. 대선 앞둔 지난 10월엔 이같은 질문에 긍정적 답변은 25%에 그쳤다.
트럼프가 한달 간 공을 들인 정부 요직 인선도 낮은 점수를 받았다. 내각 인선 과정에 대한 긍정적 답변도 40%에 머물렀다. 이 역시 앞선 대통령 당선자들의 내각 인선이 60%~70% 안팎의 지지를 이끌어 냈던 것과는 차이가 크다.
트럼프는 당선 직후 내각 인선 과정에서 공화당 내 정적이나 심지어 민주당 인사까지 광범위하게 접촉하며 광폭 행보를 보였지만 국민적 호감을 이끌어내진 못한 셈이다. 더구나 최근 내각 인선은 초기의 광폭 행보와 달리 점점 '트럼프 색(色)'과 보수성향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는 이날 노동부 장관에 패스트푸드 기업 'CKE 레스토랑'의 최고경영자(CEO) 앤드류 푸즈더를 내정, 언론의 눈길을 끌었다. CKE 레스토랑은 햄버거 체인 '칼스 주니어'와 '하디스'를 산하에 둔 지주회사다. 푸즈더는 오바마 대통령이 적극 추진했던 노동정책인 최저임금 인상과 초과근무수당 적용대상 확대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그는 "오바마 정부의 임금인상 규제가 오히려 일자리를 줄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따라서 푸즈더가 노동부 장관에 임명될 경우 최저임금 인상은 물론 각종 노동 권익 신장 움직임에 오히려 제동을 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트럼프측 대변인 제이슨 밀러는 "푸즈더는 트럼프 당선인의 경제 메시지에 대한 훌륭한 옹호자"라며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가 모든 사람을 위한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도와주려면 우리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를 이해하는 사람"이라고 옹호했다.
트럼프는 전날에도 스콧 프루이트 오클라호마주 법무장관을 환경청(EPA) 청장에 지명했다. 프루이트는 오바마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화력발전소 온실가스 감축 의무화, 수질오염 방지 등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저지하기 위해 화석연료 관련 기업들과 함께 집단 소송을 주도해 온 인물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와관련, 프루이트를 환경청장에 임명함으로써 오마바 대통령의 기후변화 대책을 해체하겠다는 신호를 분명히 했다고 지적했다.
뉴욕 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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