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 결합상품 경품 제재시 시장 영향력까지 고려
[아시아경제 강희종 기자]방송통신위원회가 앞으로 방송통신 사업자의 불법 행위를 제재할 때 시장의 영향력까지도 감안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방통위가 방송통신 시장의 경쟁 상황까지도 규제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8일 방통위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사업자의 불법 행위를 제재할 때 단순히 위반율만을 갖고 평가했으나 시장 환경이 바뀐 만큼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방송통신 결합상품의 불법 경품 고시 제재가 그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일 방통위는 전체회의를 개최해 결합상품을 판매하면서 이용자에게 경품을 차별적으로 제공한 7개 방송통신 사업자에게 시정명령과 함께 총 106억 989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날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최종 부과 기준을 결정함에 있어 위반율만으로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있어 시장 점유율, 시장에 미치는 영향 위반율, 위반건수, 위반 금액, 경품 분포 정도, 시장 교란 주도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기준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전까지 방통위는 결합상품의 불법 경품 제공에 대해서는 위반율만을 따져 과징금을 부과했으나 이번에는 처음으로 시장 영향력 등 다른 요소도 감안했다.
방통위는 지난 2009년 결합상품 경품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초고속인터넷 단품시 19만원, 인터넷+인터넷전화 2종 결합시 22만원, 인터넷+IPTV+인터넷 전화 3종 결합시 25만원 이상 경품을 제공할 경우 가입자 차별로 보았다. 이후 이동통신까지 결합할 경우에는 28만원을 상한선으로 추가했다.
그동안 방통위는 이 기준을 위반한 횟수만을 놓고 과징금 부과 기준을 정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기준을 초과한 금액의 총액, 구간별 위반율 등도 함께 분석했다. IPTV를 포함했을 시 위반율, 이동전화를 포함 시 위반율도 함께 고려했다.
이 같은 복잡한 과정을 거치느라 방통위가 결합상품 경품 제공 위반을 조사하고 제재하기까지 이례적으로 1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됐다.
방통위는 2015년 8월1일부터 22일까지 실태점검 이후 2015년 9월1일부터 올해 3월 31일까지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 이후 올해 4월부터 10월까지 채증 및 전산자료를 분석했다.
방통위는 지난 11월 15일 전체회의에서 한차례 안건을 보류하고 나서야 지난 6일 다시 전체회의를 열어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첫 실태조사 이후 제재까지 무려 1년 5개월이란 긴 시간이 소요된 것이다.
방통위가 방송통신 결합상품을 제재 시 시장 영향력 등도 고려하겠다는 방침에도 불구하고 실제 적용에는 난관이 예상된다. 정확한 산술식이 없어 방통위 상임위원의 정성적 평가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이번에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는 과징금의 1.25%, SK텔레콤은 1.0% , KT는 0.75%, CJ헬로비전과 티브로드는 0.25%를 적용했다. 이 기준은 특별한 산술식없이 방통위가 자의적으로 정한 것이다.
사업자간 유·불리도 엇갈려 논란도 예상된다. 과징금 기준을 산정시 시장의 지배력이나 영향력 등을 고려할 경우 아무래도 규모가 큰 사업자가 불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방통위 관계자는 "단순히 사업자의 규모만 보는 것이 아니라 위반의 편차 등 다양한 지표를 분석하기 때문에 규모가 크다고 반드시 불리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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