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도에 맞게 구입" 발언, 또다른 궁금증 불러
"사비로 샀다" 이원종 전 실장 증언과 배치
황영철 의원 "공식행사용 의상, 私人통해 구입도 문제"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청와대는 8일 최순실씨 측근으로 알려진 고영태씨가 제작해 청와대에 제공했다는 옷과 가방에 대해 "대통령이 비용을 정확히 지불했다"고 해명했다.
고씨는 전날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이 '옷을 만들어 대통령에게 드렸냐'는 질문에 "박근혜 대통령에게 100벌에 가까운 옷과 30∼40개의 가방 등 4500만원에 달하는 옷과 가방을 만들어 최씨를 통해 전달했고 최씨의 사비로 지출된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황 의원은 이와 관련해 뇌물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대통령이 지급한 비용이 사비인지 아니면 청와대 비용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히지 않아 또 다른 오해를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최씨를 통해 구입한 옷과 가방 등은 대통령이 모두 정확히 지급했다"며 "최씨가 대납한 돈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사비인가 청와대 예산인가'라는 질문에 "용도에 맞게 지급이 됐다"고 답하면서 궁금증을 자아냈다.
우선 용도에 맞게 지급했다는 점은 그동안 청와대가 밝힌 입장과 다르다. 이원종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 10월 국회 예산결산특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박 대통령의 의류 구입과 관련해 "확인해보니 사비로 구입했다고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 차원의 비용 지급은 없었다는 얘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러나 이 전 실장의 답변에 대해 "사비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공식행사나 개인적으로 입는 옷 등 여러가지 용도가 있지 않겠냐"며 "그 용도에 맞게 명확히 지급된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해명대로 대통령이 공식행사 때 입은 옷에 대해 '용도에 맞게' 지불했다고 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의 공식업무에 대해서도 최씨에게 의존했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 되기 때문이다.
고씨에게 이 문제를 질의한 황 의원은 청와대의 해명에 대해 "특수활동비로 구입했다고 해도 어느 누가 개인에게 특수활동비를 주고 구입하라고 할 수 있냐"며 "대통령이 공식행사에서 입는 의상을 구입하는데 공식라인이 아닌 사인(私人)인 최순실이 비용을 치르게 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같은 문제제기에 대해 "세세한 부분들은 국정조사와 특검 등에서 명확하게 설명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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