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충무로에서]리더의 자리

시계아이콘01분 33초 소요

[충무로에서]리더의 자리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AD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선현의 가르침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기 때문이다.


"풍수, 사주풀이, 관상, 점, 파자(破字) 등 요사스럽고 허랑한 술수를 가진 자가 수령과 인연을 맺으면, 작게는 정사를 문란케 하고, 크게는 화를 입게 할 것이니 마땅히 천리 밖으로 물리치고 그림자조차 가까이해서는 안 된다. 친척이나 친구가 관내에 많이 살면 거듭 단단히 단속하여 남이 의심하고 비방하는 일이 없게 해야 한다. 무릇 조정의 고관이 사사로이 편지하여 청탁하는 것을 들어줘서는 안 된다. 관청에 잡인의 출입을 엄하게 금해야 한다. 사사로이 관부에 출입하는 자는 곤장이 100대다. 씀씀이를 절약하는 것은 수령의 으뜸가는 임무이다. 의복은 성글고 검소한 것을 입도록 힘써야 한다."

이 글은 다산 정약용 선생이 200여년 전 ‘목민심서’에 적어 놓은 글이다. 과거의 글이지만 현재 우리 상황에 딱 들어맞는다. 목민관의 엄격한 자기 관리(율기·律己)에 관한 글 중에서 '병객'과 '절용' 부분이다. 여기서 '병객(屛客)'이란 ‘청탁을 물리친다’는 것이고, '절용(節用)'이란 '씀씀이를 절약한다'는 것이다. 과거에도 자기관리를 못하는 목민관들이 많았기 때문에 이런 글이 있었을 터인데, 20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 역사가 반복되고 있다.


가장 높은 목민관이라고 할 수 있는 대통령의 자리가 위태롭다. 국민들의 분노가 응축된 촛불이 갈수록 많아지고 거세지고 있다. 목민심서를 자주 읽고 목민관의 자세를 가다듬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도자가 업무에 임하는 자세는 또 어떠해야 하는가? 중국의 요순시대를 연장한 우 임금이 치수(治水)에 참여한 고사다. "우 임금은 친히 삼태기와 가래를 들고, 거센 바람에 머리 감고 소나기에 목욕하면서(즐풍목우) 일했다. 그리하여 천하를 안심시켰다." 우 임금의 고사처럼, 바람에 머리를 빗고 빗물에 목욕할 정도로 촌음을 아껴 부지런히 일했더라면, 나라는 안정되고 국민들은 지도자를 존경했을 것이다.

자기관리를 엄정히 하고 업무에 솔선수범한 목민관이라면 공직을 떠날 경우의 모습도 다를 것이라고 다산은 말한다. 목민심서의 1부가 '부임'이라면 마지막 12부는 '해관(解官)'이다. 나라의 명을 받아 관직에서 떠나야(해관) 하는 목민관의 모습 중 하나가 '원유’(願留)'다. 선정을 베푼 현재의 목민관이 더 머무르기를 그 고을의 백성들이 조정에 청원한다는 뜻이다. 과거에 많은 백성들이 ‘원유’했던 목민관들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작금의 우리는 국민들이 '원유'하는 지도자를 언제쯤이나 볼 수 있을까?


노자의 '도덕경'은 도덕에 관한 글이 아니며 도(道)와 덕(德)에 관한 글이므로 '도·덕경'이라고 써야 맞다. 지도자의 올바른 통치에 관해 잘 정리돼 있다. 제17장순풍(淳風)을 보면 4가지 유형의 리더십이 소개돼 있다. 가장 훌륭한 지도자는 '하지유지(下知有之)', 즉 "있는 것도 잘 모를 정도"라고 했다. 요즘 유행하는 "서번트 리더십'이 이미 2700여년 전 노자에 의해 거론됐다. 두 번째는 '친이예지(親而譽之)', 즉 '백성들이 가까이 하고 존경하는 지도자', 세 번째는 '외지(畏之)', 즉 '무서워하는 지도자', 네 번째는 '모지(侮之)', 즉 '업신여기는 지도자'라고 했다. 지금 우리는 어떤 지도자를 모시고 있는가?


2017년이 걱정이다. 내우외환의 한국경제를 어떻게 순항시킬 것인지, 한국경제를 어떤 경제로 혁신할 것인지, 어떤 나라로 변모시킬 것인지에 관해 자기 의견을 말하고, 토론하고, 소통할 수 있는 지도자를 선출해야 한다. 포퓰리스트, 이미지, 후광효과, 수첩의 폐해는 이미 경험했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