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님 1분전 경부고속도로 상행 234㎞지점 사고는 OBD(On-Board Diagnostics : 운행기록장치) 접수완료 됐습니다. 당사 드론이 사고현장과 차량을 촬영했으며 고객님의 과실은 20%정도 예상됩니다. 당사 현장출동 요원이 3분 안에 도착 예정이오니 안전한 곳으로 가셔서 잠시만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가입하신 운전자보험 및 상해보험 등에도 모두 자동 접수됐습니다." (KB손해보험 사고인지센터. 2020년12월1일)
불과 몇 년 뒤면 자동차 사고 시 이런 음성 메시지가 고객에게 갈 수도 있지 않을까. 보험(Insurance)과 디지털 기술(Technology)이 결합된 '인슈어테크(Insuretech)'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디지털 기술에 의한 혁신은 보험업 전반에 걸쳐 유례 없는 급진적 변화로 이어질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클라우드 컴퓨팅, 블록체인 등 디지털 기술들로 무장한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이 전통 보험시장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한국 보험시장에서의 인슈어테크는 이제 시작인 반면 해외는 모바일 이용 인구의 폭발적 증가와 개방적인 규제환경 속에서 자생적으로 플랫폼 기반 금융 생태계를 조성하며 보험시장이 발전하고 있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신생 기업들과 본업의 강점을 바탕으로 디지털 혁신을 이룬 전통 보험사들이 건전한 경쟁구도를 이루면서 보험 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 것이다. 중국 시장을 예로 든다면 설립 3년이 채 안돼 2016년 세계 핀테크 기업 순위 1위를 차지한 중안보험과 중국 최대 전통 보험사 평안보험그룹이 대표이다.
중안보험은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와의 제휴를 통해 단순변심 및 손실·절도 등으로 일어나는 반송 비용을 커버하는 손해보험 상품인 '반송보험'을 개발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배달 앱을 통해 주문한 음식을 먹고 탈이 나면 보상해주는 보험, 망가진 타이어의 사진을 찍어 보내면 타이어를 구입할 수 있는 모바일 상품권을 보내주는 타이어보험,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운동목표 달성 시 보험기간을 늘려주는 건강보험 등 독창적인 신종 보험상품들을 판매 중이다.
평안보험그룹은 기존 보험사들과 차별화되는 혁신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자동차보험과 연계한 중고차 거래 플랫폼, 건강보험과 연계한 건강관리서비스 플랫폼, 주택보험과 연계한 부동산거래 플랫폼, 자산관리서비스와 연계한 P2P 대출 플랫폼 등을 출시하며 핀테크 혁신에 과감히 도전하고 있다.
보험은 더 이상 상품이 아닌 플랫폼 기반 서비스의 개념으로 소비자에게 접근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보험사들이 협업과 상생을 통한 개방형 플랫폼 관점의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해 볼 때다. 미래 보험의 모습은 디지털 금융 생태계 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고객 경험을 모니터링하고 분석해 고객 경험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상품·서비스를 제공하는 한마디로 '스마트 인슈랑스' 시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다시 말해 고객이 일상생활과 연계한 금융 상품·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생태계를 조성하고, 빅데이터 활용을 통해 고객 인사이트를 정확히 읽어낼 수 있는 새로운 프로세스를 구축하며 고객 니즈에 기반한 맞춤형 상품·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스마트 인슈랑스'의 필수조건이라 할 수 있겠다. 포화된 국내 보험시장에서 높아진 고객 수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보험사들도 혁신적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누가 먼저 주도하느냐에 따라 미래 보험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결정되지 않을까.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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