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이종길의 영화읽기]도올 따라 걷는 '뿌리찾기' 여행

시계아이콘01분 42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영화 '나의 살던 고향은'
9일간 주몽왕 도읍지 흘승골성 등 방문…도올 설명에만 의존, 설득력은 떨어져

[이종길의 영화읽기]도올 따라 걷는 '뿌리찾기' 여행 영화 '나의 살던 고향은' 스틸 컷
AD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이렇게 꼭 매는 건 처음이네." 산 중턱에서 운동화 끈을 잘끈잘끈 조인다. 거친 숨도 고른다. 돌부리와 나뭇가지를 헤치고 다시 가파른 길을 오른다. 중국 대련시 금주구 시가지에서 동북쪽으로 20㎞ 떨어진 대흑산. 해발 663m의 산정에 비사성(卑奢城)이 있다. 수나라와 당나라가 침입하자 고구려가 죽음 힘을 다해 싸운 곳. 도올 김용옥(68)은 등반부터 버겁다. "보통 지형이 아니네. 허리를 못 쓰니까 몇 배 힘이 들 수밖에 없어. 에이, 늙었다. 늙었어." 간신히 다다른 정상에서 불평은 눈 녹은 듯 사라진다. 동북쪽 정상을 축으로 서쪽과 남쪽 산능선상으로 뻗은 석회암 성벽. 약 5㎞ 길이의 산성을 올려보며 연신 감탄한다. "역사 기록의 진실성은 이런 땅을 밟으면서 검증해야 해요. 앞으로 사가(史家)들은 땅을 밟고 역사를 써라."

영화 '나의 살던 고향은'의 목적은 뚜렷하다. 과거의 흔적을 밟으며 현재를 관통하는 '살아있는 역사'를 찾는다. 뼈대는 도올이 중국 연변대학에서 객좌교수로 강의하며 겪은 경험을 일기 형태로 기술한 '도올의 중국 일기.' 광활한 대륙에서 광범위한 역사인식과 깊이 있는 관점으로 우리 역사의 실상을 보고한다. 도올은 아흐레에 걸쳐 주몽왕의 도읍지 흘승골성(訖升骨城), 광개토대왕릉비(廣開土大王陵碑) 등을 방문한다. 영하 20도의 만주벌판도 달려간다.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몸을 사시나무처럼 떨면서도 그는 힘주어 말한다. "고구려부터 발해를 거쳐 최근 독립군 투쟁에 이르기까지 축적된 역사를 이 눈길을 걸으며 한 번에 느낀다. 우리는 이 동북의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


도올은 2005년에도 다큐멘터리를 찍었다. EBS에서 10부작으로 제작한 '도올이 본 한국독립운동사'다. 출연은 물론 편집, 구성, 내레이션, 주제곡 작사까지 도맡았다. "방송국에서 유명작가를 붙여주겠다고 했는데, 내게 뭔 작가가 필요해. 편집도 한 장면을 7초 이상 계속 보여주면 지겹다는데 그런 게 어디 있어. 4분 넘어도 필요하면 그냥 보여주는 거지." 이른바 '도올식 제작'은 당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시청자의 요청이 쇄도해 EBS는 물론 지역 공중파에서 재방송됐다. 특유 직설적 화법과 서적ㆍ논문 1000여권을 기반으로 한 꼼꼼한 준비, 테이프 400개 분량의 취재 기록 등이 낳은 성과였다.

[이종길의 영화읽기]도올 따라 걷는 '뿌리찾기' 여행 영화 '나의 살던 고향은' 스틸 컷


나의 살던 고향은의 제작 방식은 11년 전 그대로다. 그런데 설득력은 현저히 떨어진다. 95분으로 제한된 틀. 열변을 뒷받침할 만한 자료도 박진숙 화백의 '고구려 패러다임 지도'와 직접 찾은 유적지 정도다. 도올의 설명에 전적으로 의존해 애절한 호소가 마음에 공허하게 울려 퍼진다. 더구나 이번 주제는 일제강점기보다 훨씬 오래 전인 고구려와 발해다. 애니메이션 등 새로운 서술의 도움 없이 당시 생활상이나 전쟁 등을 떠올리는데 한계가 있다. 교과서로 습득한 고구려와 발해인들의 진취적인 기상을 단순히 확인하는데 그치고 만다.


오히려 영화에서 부각되는 요소는 도올 자신이다. 뒤늦게 고구려의 숨결을 체감한다며 한탄하고, 거대한 규모에 놀라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는 신 등에서 노학자의 이면이 드러난다. 영화를 이끄는 큰 동력으로 작용해 자칫 지루할 수 있는 기행의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압권은 장천1호분 등으로 이동하며 마주하는 압록강변. 그 건너의 북한을 가리키며 울분을 토한다. "이 곳에 올라와 보니까 너무도 감개무량한데, 저쪽은 못가는 산하고 이쪽은 우리가 갈 수 있는 산하라는 게 말이 되느냐. 이것이 정치현실이고, 우리를 지배하는 사람들의 정신 상태다. 우리 삶을 회복하는 의미에서 하루빨리 자유롭게 왕래하고 열강이 깔보지 않는 나라가 돼야 한다." 도올은 스태프와 함께 통일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다섯 번 절을 한다. 그리고 목이 터져라 외친다. "통일이여, 오라."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1.2009:48
    저렴해서 미국인도 푹 빠졌다…"오늘은 라면에 김치" 외신도 감탄한 K푸드⑤
    저렴해서 미국인도 푹 빠졌다…"오늘은 라면에 김치" 외신도 감탄한 K푸드⑤

    "전 세계에서 K푸드에 대한 수요가 식을 줄 모른다." 미국의 경제 뉴스 채널 CNBC는 지난 18일(현지시간) 한국 식품의 글로벌 확산세에 대해 이같이 조명했다. 이 방송은 특히 라면을 K푸드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품목으로 지목했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K팝과 한국 드라마에서 라면이 자주 노출되면서 미국과 유럽은 물론, 중앙아시아와 중동 지역까지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물가 인상과 생활비 상승도 비교

  • 26.01.2007:16
    "힙하다 힙해" 퇴근길 치맥에 한국 화장품 싹쓸이까지…일상에 스며든 'K'④
    "힙하다 힙해" 퇴근길 치맥에 한국 화장품 싹쓸이까지…일상에 스며든 'K'④

    지난 15일(현지시간) 오후 7시 미국 뉴욕 맨해튼 32번가 K타운. 한국 치킨 브랜드 BBQ 매장은 '치맥'을 즐기려는 현지인들로 북적였다. 지하 1층에 마련된 테이블은 일찌감치 만석이었고 20~30대 직장인과 대학생들은 치킨을 앞에 두고 맥주잔을 부딪치며 저녁 시간을 즐겼다. 치킨뿐 아니라 떡볶이와 김치볶음밥 등 다양한 한국 메뉴를 함께 주문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 매장을 자주 찾는다는 대학생 메디슨 씨는 "학교 근처

  • 26.01.1915:08
    "돼지갈비에 나물" 파리지앵의 저녁 식탁 오른다
    "돼지갈비에 나물" 파리지앵의 저녁 식탁 오른다

    K웨이브 글로벌 현장 점검 "형 집에 놀러 가는데 저녁 메뉴인 돼지갈비를 준비하려고 합니다" 지난해 연말 프랑스 파리 오페라 지역(Rue Sainte-Anne)에 위치한 유명 한인 슈퍼마켓 'K마트'에서 만난 맥심 카본(27살)씨는 '100% 태양초'라고 적힌 고춧가루와 송이버섯과 무, 고추장, 튀김가루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카본은 한국 신림동에서 1년 거주하면서 처음 접한 한식을 잊지 못해 귀국 후에도 파리 한식

  • 26.01.1914:08
    ③"대중문화는 화려한 분수…'일상문화' 흘러야 30년 간다"[인터뷰]
    ③"대중문화는 화려한 분수…'일상문화' 흘러야 30년 간다"[인터뷰]

    "대중문화는 '화려한 분수'처럼 금방 꺼질 수 있습니다. 지하수처럼 '일상 문화'가 계속 흐르도록 해야 K 브랜드와 산업의 생명력을 30년 이상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일열 전 파리문화원장은 최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K브랜드의 글로벌 지속가능성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등 K콘텐츠는 강력한 진입로가 될 수 있지만, 휘발성이 크다"며 "어느 순간 거품이 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은 '썸

  • 26.01.1914:08
    돼지갈비 요리하는 파리지앵…자기 전엔 韓스킨케어 톡톡[K웨이브3.0]②
    돼지갈비 요리하는 파리지앵…자기 전엔 韓스킨케어 톡톡[K웨이브3.0]②

    "형 집에 놀러 가는데 저녁 메뉴인 돼지갈비를 준비하려고 합니다" 지난해 연말 프랑스 파리 오페라 지역(Rue Sainte-Anne)에 위치한 유명 한인 슈퍼마켓 'K마트'에서 만난 맥심 카본(27살)씨는 '100% 태양초'라고 적힌 고춧가루와 송이버섯과 무, 고추장, 튀김가루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카본은 한국 신림동에서 1년 거주하면서 처음 접한 한식을 잊지 못해 귀국 후에도 파리 한식당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현지 한식당 대부분이 중

  • 26.01.1609:11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월 15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전화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희석 : 감사합니다. 소종섭 :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제명 처분을 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나요? 윤희석 :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죠

  • 26.01.1416:21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1월 14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함께 여러 가지 이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지내셨죠? 이준석 : 예, 그렇습니다. 소종

  • 26.01.1008:01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808:49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710:25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1월 5일) 소종섭 : 어서 오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장성철 :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종섭 : 이 얘기부터 해보죠.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서 폭언했다, 보좌진에게 갑질했다, 남편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등 의혹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