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전자랜드서 8년째 감독수행
올시즌 6패중 4패가 3점차 이내 박빙
막판까지 물러서지 않는 경기 보여줘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가 지난 30일 의미있는 승리를 거뒀다.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홈경기에서 선두를 달리던 고양 오리온을 88-81로 제압했다. 전자랜드가 숨겨 두었던 발톱을 드러낸 경기. 전자랜드는 2014년 12월25일부터 2년 가까이 이어진 오리온전 10연패 사슬을 끊었다.
유도훈 감독(49)은 올해로 여덟 시즌째 전자랜드를 이끌고 있다. 유재학 울산 모비스 감독(53)에 이어 두 번째로 오래 한 팀에서 일한다. 그가 이끄는 전자랜드가 늘 쉽게 물러서지 않는 경기를 했고 항상 기대 이상의 성적을 냈기에 가능했다. 선수 시절 악바리 근성으로 단신의 약점을 극복한 그는 자신만의 농구를 팀에 녹여 매력적인 팀 색깔을 만들어냈다.
유도훈 감독은 지난달 21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기자를 만나 "진정한 프로라면 최고의 경기력과 정신적인 면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특히 정신력을 강조했다. 그는 "상대 선수의 기량이 90, 멘탈이 80인데 우리 선수의 기량이 50이고 멘탈이 90이면 이길 수 있다고 선수들에게 말한다"고 했다. 오리온과의 경기에서 79-77로 쫓긴 종료 1분49초 전 주장 정영삼(32)이 터뜨린 3점슛은 유 감독이 강조하는 정신력, 즉 '결정적인 순간 득점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준 한 방이었다.
'해결사'가 없는 아쉬움은 있다. 전자랜드는 1일 현재 6패를 당했는데 1점차 패배가 두 경기, 2점차와 3점차 패배가 한 경기씩 있었다. KCC의 안드레 에밋(34), 오리온의 애런 헤인즈(35), 삼성의 리카르도 라틀리프(27)처럼 확실하게 득점해줄 선수가 있다면 더 많은 승리를 거뒀을 것이다. 하지만 유 감독은 "프로농구에 그런 선수가 얼마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생각하는 농구'를 강조했다. 그는 "헤인즈나 라틀리프는 공을 잡은 뒤 기술이나 힘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다른 선수들은 공을 잡기 전에 어떤 플레이를 할지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전자랜드는 모기업의 지원이 충분한 팀은 아니다. 올 시즌 샐러리캡(연봉총액상한) 소진율은 70.84%다. 나머지 아홉 개 구단은 대개 90% 이상이다. 유도훈 감독은 선수에 대한 시각과 접근 방법이 다르다. 그는 "5억원짜리 선수를 사는 대신 1억원짜리 선수를 5억원짜리 선수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유 감독은 "전자랜드에서 오래 일할 수 있었던 이유도 현재 보유한 선수들의 재능을 십분 활용하고 3년 후, 5년 후를 내다보며 계획을 세워 팀을 운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언제까지 구단에 '기다려 달라'고 할 수만은 없다. 이제는 승부를 볼 때가 됐다"며 올 시즌 성적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지금까지 유도훈 감독이 전자랜드를 이끌고 수확한 가장 좋은 성적은 2010~2011시즌에 기록한 정규리그 2위(38승16패)였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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