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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火요일에 읽는 전쟁사]'카디건' 탄생의 서글픈 배경, 발라클라바 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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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火요일에 읽는 전쟁사]'카디건' 탄생의 서글픈 배경, 발라클라바 전투 V넥 카디건 모습(사진=두산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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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겨울철 패션 아이템 중 하나인 카디건(cardigan). 날이 추워지면서 요새 사무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옷 중 하나다. 가디건이라고도 불리는, 이 앞이 V자로 트인 스웨터에는 서글픈 사연이 숨어있다. 매관매직으로 아무 실력없이 사령관이 된 '금수저' 장군들로 인해 희생된 '흙수저' 장병들의 억울한 혼이 담긴 옷이기 때문이다.

카디건 탄생의 이야기는 1853년, 유럽 흑해(Black Sea) 한가운데 놓여있는 분쟁지역인 크림반도(Crimean Pen)로 거슬러 올라간다. 크림반도로 쳐들어 온 러시아군과 이를 막기 위한 프랑스, 영국, 터키 연합군이 맞붙은 크림전쟁의 격전지에서 카디건은 태어났다.


원래 카디건은 이 옷을 발명한 것으로 알려진 영국의 제임스 토머스 브루더넬(James Thomas Brudenell) 카디건 백작의 작위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그는 크림전쟁에 기병 사령관으로 참전했으며 병사들에게 자신이 제작한 카디건을 입혀놓고 사진 찍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카메라가 발명된 이후 처음 발발한 전쟁이었기 때문에 안 그래도 멋진 군복과 반짝이는 훈장이 박힌 군복을 좋아하던 카디건 백작은 각종 옷을 자비로 만들어 병사들에게 입히고 사진 찍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火요일에 읽는 전쟁사]'카디건' 탄생의 서글픈 배경, 발라클라바 전투 카디건 백작(사진= 위키디피아)


이런 셀카 취미에 빠져있던 카디건 백작은 패션감각은 뛰어났을지 모르지만 작전능력은 한없이 0에 수렴했다. 다른 전투에 참전해본 적도 없지만 명성을 높이기 위해 사령관이 됐기 때문이다. 당시 영국은 군 사령관직을 매관매직했기 때문에 주로 돈많은 귀족집안 도련님들이 장교직을 사서 출전하곤 했다. 그리고 이 금수저 사령관들의 말도 안되는 명령으로 인해 억울하게 장병들이 희생되는 전투들이 수없이 많았는데 카디건 백작이 참전한 발라클라바(Balaclava) 전투도 그 중 하나였다.


크림반도의 발라클라바 지역은 중요한 요충지로 러시아군이 고지를 선점해 포대를 설치하고 방어하고 있던 요새지였다. 세심한 작전을 짜서 공격해도 이길 확률이 적은 싸움이었지만 총사령관인 래글런(raglan) 경, 카디건 백작의 상관인 루컨(Lucan) 경 등 주요 사령관들이 죄다 금수저 낙하산으로 내려온 장군들이라 뛰어난 작전을 애초에 기대하기 어려웠다. 더구나 사령관들끼리 작전 혼선까지 겹치면서 참사는 이미 예고돼있었다.


[火요일에 읽는 전쟁사]'카디건' 탄생의 서글픈 배경, 발라클라바 전투 크림전쟁 당시 전투 장면을 그린 '경기병 여단의 전투' 그림(사진=위키백과)


요새지 중 하나인 노스밸리를 공격할 때 영국 경기병대 700명은 자살행위에 가까운 명령을 받는다. 그곳은 러시아군 보병 1만1000명과 60문 이상의 대포로 삼면을 방어하고 있던 천혜의 요새지였다. 경기병대 700명으로 진격한다는건 그야말로 호랑이 아가리에 머리를 들이미는 자살행위였다. 총사령관인 래글런 경은 장교 부인들에게 둘러싸여 사교적인 수다를 떠느라 정신없었고 루컨 경은 우물쭈물하다가 결국 카디건 백작에게 경기병대를 이끌고 진격하라고 명령을 내린다. 카디건 백작도 아무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돌격 명령을 내렸다.


이것이 영국군 역사상 가장 졸렬한 전투로 기록된 '경기병대의 돌격(Charge of Light Brigade)'이다. 이 과정에서 기병 345명이 20분 만에 전사했다. 이에 연합군인 프랑스 군이 보다 못해 지원해 겨우 전멸만은 면했고 살아남은 병사가 200명도 채 되지 않았다고 한다. 훗날 시인 앨프레드 테니슨은 '경기병대의 돌격(Charge of Light Brigade)'이라는 시로 그들을 기렸다.


이들 사령관들은 전후 멀쩡히 살아돌아가 영웅취급을 받았고 카디건도 유행을 선도하는 패션아이템으로 유명해지게 됐다. 군사청문회에 잠시 소집됐지만 뻔뻔함으로 일관했다. 군사청문회에서 래글런 경은 자신의 부관이 명령을 잘못 받아 적었다고 책임을 회피했고 명령을 받아썼던 부관은 또 이렇게 답변했다. "전쟁에서는 이런 일도 일어날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은 전혀 문책되지 않았다.


이러한 문제점은 영국군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결국 크림전쟁 3년 동안 러시아와 연합군 사상자는 100만명을 넘었으며 이는 30년 가까이 전 유럽에 걸쳐 치렀던 나폴레옹 전쟁 사망자와 맞먹는 숫자였다. 군대 사령관직에 대한 매관매직제도가 이후 폐지된 것이 그나마 성과라면 성과였다. 어떤 자리던 능력에 맞는 합당한 사람이 앉아야한다는 상식이 얼마나 중요한지 카디건의 피묻은 역사는 알려주고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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