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호남이 야권 대권주자들의 핫플레이스(hot place)로 떠오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초읽기가 시작되는 등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야권 대선주자들이 호남 민심 선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호남 민심의 향방에 따라 대선 향방이 결정적인 변곡점을 맞을 수 있기 때문에 야권 후보들이 호남 공략에 사활을 거는 것이다.
매주 토요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는 서울ㆍ경기는 물론 지방에서까지 시민들이 몰려들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야권 대선 대표 후보들의 눈은 호남을 바라보고 있다.
촛불 정국 이후 정치권에서 가장 두각을 드러낸 인물은 이재명 성남시장이다. 이 시장은 잠재적 대선주자 가운데 박 대통령의 하야ㆍ탄핵을 가장 먼저 주장한 데, 연일 강경한 발언들을 이어가면서 국민적 지지를 얻고 있다. 이미 이 시장은 지난주 리얼미터 주간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를 근소한 차이(0.1%포인트)로 제치고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3위(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 시장은 지지난 주와 지난주 모두 호남에서 개최된 촛불집회에 참여했다. 경북 안동 출신의, 수도권 기초자치단체장인 이 시장이 사상 최대 인파가 밀집한 광화문을 뒤로하고 2주 연속 호남으로 발길을 옮긴 것이다. 이 시장은 19일에는 광주 촛불집회에 참여한 뒤 26일에 전남 순천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이 시장에게 3위를 내준 안 전 대표 역시 호남에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26일 제5차 범국민행동에 참여한 뒤, 27일 광주에서 열린 시국강연에 참여했다. 안 전 대표는 조선대학교 해오름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광주광역시당 강연회에서 강연자로 나섰다.
두 사람 외에도 야권 대선주자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호남을 찾았다. 김부겸 민주당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 7주기 당시 현충원을 방문하는 대신 광주를 찾았다. 박원순 시장은 여름 휴가를 광주 전남에서, 이 시장은 전북에서 보냈다.
야권 후보들이 광주에 집중하는 이면에는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와 이 지역과의 특수한 관계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야권 부동의 1위 문 전 대표의 아킬레스건이 바로 호남이기 때문이다. 문 전 대표는 지난 총선에서 "호남이 지지하지 않는다면 미련 없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도 "광주와 호남 민심 지지가 없다면 대선도 포기하고 정치도 그만둘 것이라는 부분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따라 문 전 대표의 대권행과 관련해 호남 민심이 '거부권'을 갖고 있는 상황이다. 문 전 대표로서는 호남에 대한 진정성을 보이기 위한 노력이지만, 대권가도에서 가장 큰 장애물이 된 상황이다.
야권 대선주자들이 호남을 상대로 각별한 공을 들이는 것은 호남 민심을 얻는 것이 단순히 야권 심장부의 지지를 얻는다는 표계산 이상의 상징성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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