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덕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장] 최근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의 금지에 관한법률’이 시행됐다. 이 법은 공직자가 부정한 청탁을 신고하지 않거나 직무 관련·대가성에 상관없이 금품을 수수해선 안 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사회적으로 만연한 부정부패를 막아 투명성을 제고하자는 데 법률의 의의가 있는 것이다.
법의 시행에 따라 일부에선 식사와 선물 등 접대와 청탁이 제한됨에 따라 사회 소비가 위축되고 이는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예로부터 사람들 간의 ‘정(情)’을 중시하던 우리 사회의 오랜 관습조차 법적 제재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 근거해 현실을 무시한 획일적 기준으로 법을 강행해선 안 된다는 취지의 청탁금지법 반대 목소리도 나온다.
그렇지만 국민의 70% 이상이 청탁금지법을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돼 법의 시행에 따른 효과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국민의 70% 이상이 공감한다는 의미는 아직까지도 국민의 대다수가 공직자에게 불신을 갖는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는 그간 공직사회 스스로 부정부패 척결을 위해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그 효과를 국민들이 체감하지 못하는 얘기기도 하다.
지난해 진행된 부패인식도 조사에서 일반국민 중 58%가량은 여전히 공직사회가 부패하다고 인식했고 이를 감안할 때 청탁금지법의 시행을 국민들이 반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볼 수도 있다.
국제사회윤리와 국제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설립된 유엔 산하 전문기구인 유엔글로벌콤팩트(UNGC)의 게오르그 켈 사무총장은 우리나라의 청탁금지법 시행에 환영의 뜻을 밝히며 일각에서 제기된 과잉 입법 논란에 대해 “글로벌사회 기준으로 보면 오히려 관대한 편”이라고 일축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뇌물 관련 기록이 3500여 건에 이른다. 이와 관련해 조선 정종은 모든 관리는 가까운 친족을 제외하고 자신보다 높은 벼슬의 친척을 사사롭게 만날 수 없다는 ‘분경금지법’을 시행했고 세종은 뇌물금지법을 시행했다.
또 조선 후기 대표 실학자였던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청렴은 목민관의 본분이자 모든 선의 근원” 이라며 청렴을 공직자가 가져야 할 기본덕목으로 정의했고 조선시대 대표 예술가였던 추사 김정희는 청렴과 선비의 굳은 절개를 ‘세한도’로 표현하기도 했다. 이렇듯 과거에도 부패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이를 척결하기 위한 노력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지 두 달여가 지났다. 시행 초기인 만큼 시행착오를 겪는 것도 당연지만 그 와중에도 우리 사회는 조금씩 변화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의례적으로 제공하던 식사대접이 각자 계산하는 문화로 바뀌고 명절 등 경조사 선물도 줄어드는 분위기다.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다소 강제적인 청렴문화가 확산될 수도 있겠으나 이러한 문화가 우리 사회 전반에 스며들어 생활 속에 정착된다면 보다 맑고 투명한 사회가 될 것이며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도 당연히 높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공직자들에 대한 청탁 관행을 없애기 위해 청탁금지법과 같은 법적인 제재 강화도 필요하지만 각종 불필요한 규제를 개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공직자에 대한 청탁은 규제권한, 인허가권 등 각종 권한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불필요한 규제의 개혁은 사회·경제적 성장과 공직사회의 청렴성을 끌어올리는 데도 도움이 된다.
구름 한 점 없는 맑고 투명한 하늘을 바라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기분 좋은 미소를 지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며 먹구름 낀 하늘을 바라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 비가 오겠구나’라고 생각하면서 비 내림으로 불편해지는 상황들을 상상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맑고 투명한 하늘을 좋아한다. 우리 공직사회도 맑고 투명한 하늘처럼 청렴한 문화가 정착돼 국민들을 미소 짓게 하는 그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기다려 본다.
정영덕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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