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재계가 20대 국회 첫 정기국회에서 각종 조세·준조세 폭탄이 에고되자 패닉에 빠졌다. '최순실게이트'로 정권의 강압에 의한 기업 '삥뜯기'가 문제가된 상황에서 정치권에서 조세정의 실현과 복지재원 확충,사회양극화 해소 등 다양한 이유를 들어 조세와 준조세 신증설을 추진하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당장 야 3당이 주도한 법인세 인상안이 기업은 물론 경제 전반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국정공백 속에서 세제·기금안을 전격 처리하면 심각한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28일 국회와 재계에 따르면 이번 정기국회에서 제출된 의원발의 법안 가운데 기업에 직접적인 조세와 준조세부담이 되는 법안들은 ▲법인세 인상▲청년세 신설▲아동수당세 신설▲사회적경제 기본법▲자유무역협정(FTA)농어촌 상생기금법 등이다.
-野 3당 법인세 올리자 vs 당정·경제계,"성장률 더 떨어뜨린다" 반대
법인세와 관련해서는 야 3당은 공통으로 이명박 정부시절에 인하한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원래 수준으로 복귀하자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과세표준 500억원을 초과하는 기업에 대해서만 법인세율을 25%로 올리는 안을 발표했다. 현재 과세표준 200억원이 넘는 기업은 22%의 세율을 적용받고 있다. 여기에 과세표준 최고구간을 하나 더 신설하자는 것이 민주당 주장의 골자다.
국민의당 안은 과세표준 구간은 그대로 두되, 200억원을 초과하는 기업에 대해 최고세율을 현행 22%에서 24%로 2%포인트 인상하자는 주장이다. 정의당은 과세표준을 2억원 이하, 2억원 이상 등 2개 구간으로만 나누고 2억원 이상인 기업에 대해 모두 공통으로 세율 25%를 부과하자는 입장이다.
새누리당과 정부는 현재의 어려운 경제여건과 근로ㆍ투자의욕을 꺾을 수 있다는 이유로 법인세 인상에 반대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도 같은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특히 미국을 비롯해 영국 일본 등 주요국이 법인세 인하경쟁을 펼치는 상황에서 한국만 나홀로 인상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대한상의는 ▲불경기에 증세하면 경기후퇴가 우려되고 ▲국제사회의 법인세 인하경쟁에 역행할 뿐 아니라 입법의도와 달리 ▲중장기 세수감소 ▲최고의 복지인 일자리 감소 ▲증세의 실질적 부담은 소액주주 등 국민의 몫이라는 기대못한 결과가 예상된다는 내용의 '법인세율 인상의 5가지 문제점과 정책대안' 보고서를 지난 25일 국회에 제출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법인세율을 1%포인트 인상하면 경제성장률은 최대 1.13%포인트 하락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또한 법인세수가 극대화되는 최적 법인세율은 지방세를 포함해 23%라는 연구결과도 있어 법인세율 인상이 세수감소를 초래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게 상의의 주장이다.
-청년세 아동세도 결국 법인세 인상하자는 내용
정세균 국회의장이 대표 발의한 청년세법안도 증세법안이다. 법안은 2026년까지 유효한 한시법으로 제정해 청년 일자리 마련 등 청년 사업을 위한 재원을 조달하자는 내용으로 국내 소재 내국법인과 외국법인의 과세표준금액에서 각각 1억원을 뺀 금액에 1%를 청년세로 부과하자는 것이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아동수당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이자와 배당소득세의 1%, 상속·증여세의 10%, 개별소비세의 10%를 부과하고 과세표준금액 200억원 이상이 대상이며, 법인세액의 10%를 부과하도록 했다. 박 의원은 우리나라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목적세를 운영해 왔다면서 아동수당세를 교육세, 농어촌특별세, 교통에너지환경세, 방위세 등과 같은 위치에 놓고 "세계 최저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고려할 때 아동수당세법을 제정해 아동수당의 지급을 위한 재원을 조달하고, 해당 재원으로 아동수당을 지급함으로써 양극화와 저출산 문제를 완화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아동수당세법에 대한 검토보고서에서 법개정안의 배경과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아동수당세를 신설하는 방안에 대해 목적세 신설의 적정성 등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아동수당세와 같은 목적세를 신설할 경우 동일한 세원인 이자·배당소득, 법인소득 등에 서로 다른 세목인 이자·배당소득세, 법인세 등과 아동수당세가 중복적으로 부과되는 과세구조가 형성돼 조세 체계가 복잡해지고, 아동수당세가 특정 용도로만 사용되므로 재정운용의 경직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경제·상생위해선 기금각출해라
유승인 새누리당 의원과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사회적경제기본법안은 기업의 기금각출을 담고 있다. 사회적경제기본법안은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사회적금융기관과 중간지원조직 등 다양한 사회적 경제조직을 포괄하는 공통의 법적 토대를 마련하고 사회적 경제 발전을 위한 정책의 수립ㆍ총괄ㆍ조정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자는 취지다. 법안에서는 사회적경제조직을 지원하기 위해 법인에 기금을 거둘수 있게 했다. 사회적경제 조직에 대한 정부 지원은 자유시장경제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고, 다른 기업에 대한 역차별 우려 등이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안다.
이들 제정안은 모두 사회적 경제조직의 범위에 일반 기업원리로 운영되는 신협과 새마을금고를 포함하고 있고 유승민 의원은 농협경제지주회사와 농협금융지주회사, 수협의 중앙회 출자회사와 은행업무 등을 사회적 경제조직에 포함시켰다. 국회 기획재정위는 검토보고서에서 "윤호중의원안의 지역기금의 경우 재원부담이 중앙정부로 귀착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고, 기금 설치 여부는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안으로서 필요 시 조례를 통해서도 설치가 가능하다"면서 "또한 민간기금의 조성 역시 민간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안이고, 기업에 대한 준조세로 작용할 가능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에 계류 중인 1조원 규모 농어촌상생기금도 준조세라는 비판이 많다. 정부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비준동의안의 국회 통과를 위해 농어촌 피해보전 대책으로 기업들에게 자발적 기부금 1조원을 걷자는 방안을 내놨다. FTA로 혜택를 보는 기업의 이익 일부를 거둬 농어민의 손실을 보상해주는 것이다. 재계는 "기금을 출연하는 기업들은 FTA의 이득 여부와 상관없이 임의로 기금을 출연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 "자발적 기부금을 재원으로 매년 1000억원씩, 10년간 총 1조원의 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는 것인데 기업에는 준조세"라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