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황준호 특파원]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내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실행을 앞두고 추가 법인세 인하를 약속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법인세를 15%까지 낮추겠다고 하면서, 양국 간 법인세 인하 경쟁이 불붙는 모양새다.
메이 총리는 21일(현지시간) 영국산업연맹(CBI)의 연례 컨퍼런스에 참석해 "영국의 목표는 G20국가 중 법인세가 가장 낮은 국가로서의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메이 총리는 법인세를 어디까지 낮출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숫자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메이 총리가 영국의 법인세를 15% 이하로 떨어뜨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는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가 지난 3월 20%에서 오는 2020년 17%로 낮추겠다고 발표한 것 보다 낮은 법인세율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메이 총리의 법인세 추가 인하는 브렉시트에 따른 기업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영국관리자협회(BID)는 브렉시트에 따라 영국 기업 5곳 중 1곳이 영국을 떠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외신들은 메이 총리의 계획이 미국 새 정부의 법인세 인하 방침도 감안한 조치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영국의 법인세 인하는 자국 기업들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국가의 기업에게도 관심거리이다. 특히 미국 기업들은 높은 법인세율로 인해 아일랜드 등 법인세율이 낮은 국가 기업과의 합병을 통해 미국의 법인세를 피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버락 오바마 현 미국 정부는 합병을 통해 법인세를 줄이려는 기업의 시도를 강력히 막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법인세를 획기적으로 낮춰 해외로 떠났거나 떠날려는 기업을 미국에 붙잡아두겠다는 계획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미국의 법인세율을 현행 35%에서 15%로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과 영국이 아일랜드, 캐나다 처럼 세금 정책을 활용해 일자리ㆍ투자 등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을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다만 미국과 영국의 법인세 인하 경쟁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영국의 독립 세금자문사의 찰스 비어 메니징 디렉터는 "영국의 대규모 재정적자로 미뤄볼 때, 어느 정도 감세가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무디스는 트럼프의 감세정책으로 인해 미국의 세수가 향후 10년간 약 9조5000억달러의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따라 재정적자도 4조4000억~5조9000억달러 가량 추가로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욕=황준호 특파원 rephwa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