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의 대권 불출마 선언으로 돌변한 보수 진영의 기상도가 대권 지형도를 송두리째 바꿔 놓고 있다. 복잡한 연결고리를 지닌 김 전 대표가 전면이 아닌 막후 실세로 자리 잡으며 더 복잡한 셈법이 가능해진 덕분이다.
◆PK김무성·TK유승민 연대 부상…영남권 1~4위 野후보 흔들= 이른바 'KㆍY라인'으로 불리는 김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연대 가능성, 이에 따른 부산ㆍ경남(PK), 대구ㆍ경북(TK)을 아우르는 여당의 범영남권 후보의 탄생 등이 변수다.
여기에 강력한 여권 후보로 거론돼 온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이 독자신당을 창당하거나 제3지대로 향할 경우 다양한 연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이 같은 복잡한 셈법 주변에는 '대선'이란 연결고리 외에도 '탄핵'과 '개헌'이 자리 잡았다.
진앙지가 된 김 전 대표는 23일 저녁 여당 비주류 의원 30여명과 만찬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정병국ㆍ나경원ㆍ강석호ㆍ김성태ㆍ김영우ㆍ황영철 의원 등이 참석했다. 김 전 대표는 거듭 탄핵과 개헌을 강조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당내 비박(비박근혜)을 결집할 구심점이 만들어진 분위기였다"는 설명이다.
김 전 대표의 막후 실세 등극은 당장 야권 일색으로 흘러가던 대권 구도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난해 함께 '국회법 개정 파동'을 겪은 유 전 원내대표가 김 전 대표와 보조를 맞출 경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등 야권의 핵심 잠룡들 모두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대권 주자인 문ㆍ안 전 대표와 박 시장은 김 전 대표와 같은 PK 출신, 이 시장은 유 전 원내대표와 같은 TK 출신이다. 영남권 후보가 난립한 가운데 이곳을 기반으로 보수 성향의 단일후보가 등장할 경우 상당한 파괴력을 지닐 것으로 보인다. '무대(무성대장)'로 불리는 김 전 대표는 반 총장 등장 이전까지 20% 넘는 대권 지지율을 기록했다. '합리적 보수'인 유 전 원내대표도 젊은층 지지자를 다수 확보한 것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개헌' '탄핵'을 고리로 다른 세력과 연대할 경우 폭발력을 지닐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현재 정세균 국회의장을 비롯해 김종인 민주당 전 비대위 대표, 손학규 민주당 전 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 등이 개헌론자로 꼽힌다.
◆潘, 조기 대선시 검증 피해 유리…'비영남'후보 프리미엄도= 이 같은 지형도는 내년 1월 귀국하는 반 총장에게도 결코 불리하지 않은 패다. 범영남권 후보를 놓고 여야가 각축을 벌이는 사이 제3지대에 머물며 '비영남권' '충청' 후보로 각인될 수 있다. 빨라진 대선시계도 반 총장에게 유리하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성사될 경우 차기 대선은 무려 6개월이나 당겨진다. 다양한 여야의 검증 절차를 우려해 온 그에게는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가 되는 셈이다. 한 정치권 인사는 "주사위는 던져졌다"며 "탄핵에서 개헌으로 이어질 향후 정치 일정에 주목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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