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내년도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12월2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기한 내 처리 여부는 불투명하다. 여야가 누리과정 예산 편성방식과 법인세·소득세율 인상 등에서 견해차를 드러내고 있어서다.
정부는 지금까지 예산안 처리 과정이 무리 없이 진행됐다며 안도하면서도 자칫 법정 처리시한을 넘겨 경기 불씨를 꺼뜨리지는 않을까 속을 앓는 분위기다.
정부는 지난 9월2일 사상 최대 규모인 400조7000억원의 내년 예산안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해마다 진통을 겪었던 예산안 심사는 올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초반부터 험로가 예고됐다. 그러나 여야를 막론하고 최순실 예산에 대한 감액에 합의점을 찾으면서 별다른 파행 없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지난 16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문화체육관광부 예산 중 1748억5500만원을 최순실 예산으로 판단해 삭감했고, 18일 열린 예산안조정소위는 문화창조융합벨트 예산 877억5000만원을 교문위 의견대로 감액했다.
예산안조정소위는 지난 7일부터 시작된 부처별 예산안에 대한 감액심사를 대부분 마치고 지난 22일 증액 심사에 착수했다.
다만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소득세ㆍ법인세 인상 여부 등을 놓고 여야가 팽팽한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야당은 누리과정에 중앙정부 재정을 더 투입할 것을 줄기차게 요구해왔고, 정부와 여당은 해당 예산을 지방교육청이 부담해야 한다며 맞서왔다.
올해 정부와 여당은 '지방교육정책지원 특별회계'를 신설해 교육세수 국세분 5조2000억원 전액을 편성하는 내용으로 내년도 예산안을 짰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들어가던 교육세를 별도로 나눠 누리과정 등 정해진 용도로만 사용하자는 것이다.
반면 야당은 정부가 누리과정용 특별회계를 만드는 것이 예산에 칸막이를 없애겠다는 애초 정부 기조와 맞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또 어린이집 누리과정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며,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합치는 '유보통합'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인 만큼 법률상 보건복지부 관할인 누리과정의 책임을 지방교육청에 떠넘겨선 안 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또 예산부수법안으로 처리되는 세법개정안 내용도 관심사다.
야당은 법인세와 소득세 증세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여당은 올해 세수가 충분히 걷히는 상황 등을 고려하면 고소득자에게만 세부담을 더 지울 수 없다며 반대 입장을 펴고 있다.
여야가 합의하지 못할 경우 정세균 국회의장이 야당의 세법개정안을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해 본회의에 넘길 것으로 예상되면서, 막판으로 갈수록 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간 힘겨루기가 팽팽하게 전개되리라는 관측이다.
한편 국회선진화법 도입으로 지난 2년간 국회는 예산안의 법정 처리시한을 지켰다.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인 12월 2일이 되면 정부 원안이 자동으로 본회의에 부의돼 여당에 의해 통과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소야대인 20대 국회에서는 법정 처리시한을 넘겨 정부 안이 국회에 부의 되더라도 야당이 표결로 부결할 수 있어 법정 처리시한을 지켜야할 부담은 낮다.
기재부 관계자는 "여야를 막론하고 예산안만큼은 혼란스럽지 않게 하자고 해 이제까지 큰 파열음 없이 처리해 왔지만 법인세나 누리과정 등 더 큰 쟁점이 많다"며 "예산안이 올해 안으로 처리될 수 있을지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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