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중소기업 10곳 중 9곳은 제조물책임(PL) 강화 법안 도입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으로 제조물책임법 개정안을 포함해 12여건의 관련 법안이 국회에 발의된 상황에서 정작 법안의 이해 당사자인 중소기업이 모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소비자 피해구제를 위한 집단소송제도, 징벌적배상제 등까지 도입될 경우 이에 대한 지식이나 대응이 부족할 경우 피해가 우려된다.
23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중소기업 제조물책임 대응실태와 의견조사를 실시한 결과 제조물책임 강화 법안 도입에 대해 '전혀 모른다'는 업체가 19.4%로 나타났다. 43.2%는 '들어본 적은 있지만 잘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잘 알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5.2%에 그쳤다.
이번 조사는 제조물책임 단체보험에 가입한 중소기업 310개사를 대상으로 했다. 징벌적 손해배상ㆍ입증책임완화ㆍ집단소송제 등이 도입될 경우 기업 입장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에 대해서는 36.8%가 '소송 남용 및 블랙컨슈머 증가'라고 답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소송 대응여력(인력ㆍ전문성) 부족'(29.7%), '소송제기로 경영활동 위축'(19.7%), '배상액 급증으로 인한 부도 위험'(7.1%) 등의 순이었다.
윤현욱 중기중앙회 공제기획실장은 "최근 대법원이 사회적 분위기를 수용해 악의적 영리 기업의 제품 피해로 인한 생명ㆍ신체 위해에 대해 입법안들과 유사하게 위자료를 최대 9억원까지 대폭 상향하여 적용키로 했다"며 "추가 징벌배상 도입으로 인한 기업에 대한 과잉 입법과 소송남용이 우려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실장은 이어 "형법적 요소의 징벌배상을 도입하면서 입증책임을 사실상 기업에 부담지우는 입법례는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며 "또 집단소송법안은 유럽연합에서도 폐해가 많다고 채택을 거부한 미국식 모델이라는 점에서 중소기업의 피해 최소화를 위해 법안 통과에 앞서 충분한 검토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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