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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이재용, 비선실세 지원과 경영승계 수혜 맞바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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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삼성그룹이 비선실세 최순실(구속기소)씨 일가 등에 대한 지원과 맞바꿔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경영권 승계 수혜를 입었는지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박 대통령과 삼성의 뒷거래가 드러나면 제3자 뇌물수수 혐의 적용이 유력하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23일 오전 국민연금공단 전주 본사, 공단 기금운용본부가 입주한 논현동 강남사옥,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등 총 4곳을 압수수색했다.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의 사무실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검찰은 작년 5~7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찬성 의결한 과정을 확인할 각종 문건과 전산자료, 관계자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미르·K스포츠재단이나 최씨 일가 등에 대해 최소 255억원 규모 자금을 쏟아낸 삼성이 지배구조 개편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과정에서 박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 입김이 관여했는지 여부를 규명하기 위해서다.


검찰은 당시 국민연금의 의사결정 과정을 추궁하기 위해 홍 전 본부장, 최광 전 공단 이사장, 주무부처 보건복지부의 문형표 전 장관(현 국민연금 이사장) 등도 조만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삼성 수뇌부가 거래 설계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날 압수수색 대상지에는 최지성 삼성미래전략실장(부회장)의 사무실이 포함됐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작년 5월 26일 합병계획을 발표하자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공식 자문기관이던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을 비롯한 국내외 의결권자문기관들은 줄줄이 반대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분이 전무했던 삼성물산의 가치를 저평가해 총수일가는 득을 보고, 일반 주주는 물론 2대 주주 지위에 있던 국민연금(당시 지분율 11.21%)조차 큰 손해를 보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7월 10일 홍완선 전 본부장 등 내부인사만 참여한 투자위원회를 거쳐 3시간 반 만에 찬성으로 결론냈다. 결국 같은달 17일 합병계약 승인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며 찬성률 69.53%로 가결돼 통합 삼성물산은 실질적인 지주사로 자리매김했다.


당시 외부 민간 전문가 그룹으로 꾸려진 보건복지부 산하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의 의사는 묻지도 않아 의결위가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불과 한 달 전 의결위가 SK와 SK C&C 합병안에 대해 주주가치 훼손을 근거로 반대할 때는 그대로 따랐던 터라 ‘찬성표’를 던지려고 독자 결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뒤따랐다. 이후 홍 전 본부장의 연임에 반대하던 공단 최 광 이사장이 사실상 퇴출되며 외압 의혹도 제기됐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국민연금기금운용규정 및 시행규칙, 국민연금기금 의결권 행사지침 등에 따르도록 되어있다. 국민연금이 자체적으로 의결권 행사 방향을 정하기 곤란할 경우 의결위가 이를 대신한다. 투자위 결정 당시 국민연금의 보유 지분가치는 당일 종가기준 삼성물산(지분율 11.61%) 1조1676억원, 제일모직(5.04%) 1조21000억원으로 제일모직 비중이 더 컸고,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합병 찬성 이후 국민연금 평가손익은 지난주까지 5900억원을 까먹었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 이재용 부회장 등을 뇌물죄로 고발한 참여연대에 따르면 삼성그룹 총수일가는 최소 3700억원대 이익을 챙겼다. 국민의 부담을 헐어 등장시킨 통합 삼성물산이 삼성 총수일가의 배만 불린 셈이다. 이에 검찰은 국민노후를 대비해 마련된 공적 기금의 의사 결정 과정과 운용성과에 비춰 청와대 등 외부의 불법개입 가능성이 짙다고 보고 있다.


비선실세 지원과 삼성 측 민원이 청와대를 끼고 오갔다면 박 대통령의 뇌물 혐의를 입증할 핵심 단서다. 정부수반이자 국가원수로서 각종 정책 결정권과 사정(司正)권을 한 몸에 거머쥔 대통령은 건건마다 구체적인 청탁이나 영향력 행사와 직접 연결되지 않더라도 대가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작년 3월 삼성은 정유라 특혜 지원 의혹을 받는 대한승마협회 회장사에 올랐고, 두 달 뒤 통합삼성물산 계획을 내놨다. 박 대통령이 이 부회장 등 재계 총수 7명을 독대하며 재단 설립 지원을 당부한 건 합병안 가결 주총 일주일 뒤다. 최씨 조카 장시호(구속)씨가 이권을 노린 의혹을 받는 평창 동계올림픽의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은 이건희 회장의 둘째 사위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이 맡고 있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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