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한국은행이 21일 오후 진행할 국고채 매입에서 1조2000억원 어치의 지표물과 3000억원 어치의 비지표물을 각각 사들이기로 했다. 지표물은 가장 최근에 발행된 채권으로, 비지표물에 비해 시장 금리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이번 국고채 매입을 통해 '금리조정'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밝힌 셈이다.
한은은 이날 오후 2시부터 10분간 국고채 6종목 1조5000억원 어치를 경쟁입찰 방식으로 단순매입하는 과정에서 지표물을 1조2000억원 어치 사들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표물 대상 종목은 국고채 3년 지표물 16-2호, 국고채 10년 지표물 16-3호, 국고채 5년 지표물 16-4호다.
나머지 3000억원은 비지표물로, 국고채 20년 경과물 13-8호, 국고채 10년 경과물 14-5호, 국고채 5년 경과물 15-1호다.
한은의 지표물 매입규모는 역대 6번의 국고채 매입시 사들인 지표물 평균 매입 규모 8000억원의 50%를 웃도는 수준이다. 역대 매입 규모 중에서도 최대치다. 한은은 지난 2007년 11월 높은 물가상승률과 금리스왑 거래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세를 감안해 1조원어치의 지표물을 매입했다.
한은이 시장금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지표물 매입 규모를 늘린 것은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어서다. 지난 8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직전 1.425%였던 국채 3년물 금리는 지난 18일 1.736%까지 급등,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원·달러 환율도 트럼프 당선 직후 지난 9일부터 18일까지 8거래일간 48.2원이나 뛰었다. 도널드 트럼프의 공약인 대규모 경기 부양정책으로 미국의 금리 인상이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미국의 시장금리가 급격히 상승한 게 국내 채권 시장의 국고채 금리와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을 키웠다.
한은 관계자는 "트럼프 리스크로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총재가 어느 정도 구두개입을 했지만 상황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며 "이번에 시장 금리와 바로 연결되는 지표물을 더 사들이기로 한 것은 시장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한편 증권인수 및 대금결제일은 23일이다. 공개시장운영 거래대상 기관중 증권단순매매 대상기관만 매물을 내놓을 수 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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