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한 지붕 두 가족' 신세로 전락한 새누리당의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가 17일 공개 회동했다. 지난주부터 이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며 당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하고 있는 정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이 대표를 비롯한 친박(친박근혜) 지도부의 일괄 사퇴를 거듭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여의 당사에서 이뤄진 회동 직후 같은 장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는 불참했다. 전날 비박(비박근혜)이 주축이 된 비상시국회위원회 회의 참석과 대조를 이뤘다. 김태흠 등 친박 의원들은 연일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하는 정 원내대표를 향해 "불참하려면 원내대표직을 내려놓으라"며 공세를 펼치고 있다.
만남은 불과 15분 만에 종료됐다. 이 대표가 먼저 들어와 굳은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던 정 원내대표와 조우하는 형식으로 시작됐으나 표정에선 어색함이 배어나왔다. 두 사람은 "지금도 매일 만나 의견을 나눈다"고 주장했으나 굳은 표정으로 서로 악수를 건넸다.
회동 직후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부터 오는 당의 혼란과 책임은 저를 대책없이, 속절없이 무조건 사퇴시키려는 그분들(비박 인사들)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어떻게 당이 쇄신하고 개혁하는 길인지 그분들이 제시하면 그 내용을 최고위원회의에서 논의하겠다. 로드맵이 제대로 나오고 의견이 합치된다면 따를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도 '당무 복귀로 봐도 되느냐'는 질문에 "(내가) 최고위원회의에 공식 참석하는 게 (지금) 문제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또 '(친박·비박 간) 중재를 했느냐'는 물음에는 "그렇게 노력을 하고 있다"고 짧게 답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의 반응을 놓고 이 대표와 이견을 빚은 것으로 관측된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요 며칠 분위기를 보니 '뭐 그리 잘못한 게 있느냐'며 고개를 다시 들려는 것 같은데, 현실을 냉철히 직시해야 한다"고 박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를 향해 경고했다.
정 원내대표는 현재 당내 주류·비주류 사이에서 당 정상화를 위해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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