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나타난 아시아 신흥국들의 통화 약세가 한동안 지속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국제금융센터는 16일 '미국 대선 이후 아시아 신흥국 환율 점검' 보고서를 통해 "최근 아시아 통화 및 주가 약세는 트럼프 당선자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및 재정정책 확대 전망에 따른 국채금리 상승을 반영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9일 미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10원 이상 급등했다. 이후 상승세를 유지하며 지난 14일에는 4개월여 만에 1170원대로 올라서기도 했다. 중국 위안화도 지난 14일 달러당 6.86위안으로 2009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아시아 신흥국들의 펀더멘털이나 대외 건전성은 나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 아시아 신흥국들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5.01%로 신흥 유럽국(3.3%), 중남미(1.6%), 중동·북아프리카(3.4%) 등의 지역보다 높고 대외건전성도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현재 상황과 비견되는 '데이퍼 탠트럼'과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테이퍼 탠트럼은 2013년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미 연준)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신흥국의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린 상황을 말한다.
트럼프 당선 직후 아시아 신흥국들에서 외국인의 증권자금이 하루 평균 9억3000만달러 유출됐지만 이는 2013년 테이프 탠트럼 때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보고서는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대로 정책이 실행된다고 전제하면 (아시아 신흥국에서) 자금 이탈 압력이 지속하면서 통화 약세가 추세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일부 국가는 어려움이 가중될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해외 투자은행(IB)들도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이 신흥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HSBC는 "트럼프의 경제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 증대는 중국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신흥국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가 기업의 투자 및 고용과 가계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또 IB들은 트럼프 당선인의 경제 정책에 대한 우려로 신흥국들의 통화정책이 제약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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