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한 대기업 총수들 줄줄이 검찰로
삼성전자 "성실히 조사 받겠다" 현대차 "사실관계 확인 조사 받았다"
한화·SK "어떤 말도 조심스러워, 앞으로 상황 주시"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김은별 기자, 이정민 기자]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12일 오후부터 13일 새벽까지 줄줄이 검찰에 소환되면서 재계는 잔뜩 움츠려든 분위기다. 각사마다 최대한 말을 아끼면서 앞으로 전개 될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3일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소환될 예정이다.
검찰 소환된 그룹 총수들은 지난해 7월 24~25일 박근혜 대통령 개별 면담을 했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으로부터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 참여를 독려받았을 것이란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소환된 총수들을 상대로 당시 면담이 어떤 경위로 마련됐는지,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 소환을 앞두고 "성실히 조사 받겠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과 박 대통령간 개별 면담이 이뤄질 당시 삼성은 삼성테크윈 등 방산계열사 4곳을 한화그룹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방산업체는 사업 특성상 정부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데, 정부는 석달 뒤 이를 승인했다. 2조원 규모의 빅딜을 통해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자금 확보에 숨통이 트였다.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회장을 사실관계 확인차원에서 소환조사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미르재단에 85억원, K스포츠재단에 43억원 등 모두 128억원을 출연했다. 그러나 당시 기금출연 외에는 기업활동에 매진하느라 '최순실게이트'와 관련된 정황은 없다는 입장이다.
한화와 SK는 "어떤 말도 꺼내기 조심스럽다"며 "앞으로 상황을 예의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이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를 한 지난해 7월 정부로부터 면세점 사업권을 얻으며 유통부문으로 사업을 넓혔다. SK는 최태원 회장 대신 김창근 의장이 불려갔다. 지난해 7월 당시 최 회장은 수감중이어서 김 의장이 대신 박 대통령과 만났다. 그때 SK그룹의 가장 시급한 현안은 최 회장의 사면이었다. 공교롭게도 최 회장은 박 대통령과 김창근 의장의 독대 후 한 달 만인 지난해 8월 14일 특별사면 됐다.
검찰 조사 대상 대기업집단은 삼성·현대차·LG·한화·롯데·SK·CJ그룹이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독대 기업 총수들도 모두 소환조사할 것”이라면서 다만 “검찰 출석 전까지는 구체적인 소환일정을 밝힐 수 없다”고 전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이정민 기자 ljm1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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