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이 11번가 MD, 캐시미어 원단 선택부터 가격 결정까지 총괄
옷이 좋아 선택한 직업 "온라인 마켓 짜릿…마약같다"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론칭 하루 만에 폭발적인 반응을 체험하니 정말 짜릿했어요. 온라인 마켓은 마약같은 느낌입니다"
오픈마켓 11번가에서 지난달 새로 선보인 패션 자체브랜드(PB) '레어하이'의 창조주인 구원이 매니저(37)의 소감이다. 그는 신세계 패션 계열사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 근무하다 지난 5월 11번가로 자리를 옮긴 이후 내놓은 첫 브랜드가 시쳇말로 '대박'이 나면서 온라인의 위력을 톡톡히 실감했다.
구 매니저는 레어하이의 핵심소재인 '캐시미어'라는 원단부터 생산방식, 판매가격, 브랜드 작명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하게 챙긴 상품기획자(MD)다. 그는 "11번가는 저가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진 트렌드상품이 많다"면서 "제가 부가가치를 낼수 있는 부분을 고민하다 프리미엄 상품이 비어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레어하이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최근 의류제조사는 물론 백화점과 홈쇼핑 업계에서도 앞다퉈 캐시미어를 활용한 PB제품을 선보이는 것에 착안, 관련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양털로 만드는 캐시미어 원단은 일반 원사의 10배에 달하는 만큼 소재 자체만으로도 고급스럽다.
여기에 구 매니저는 이전 직장인 신세계인터내셔날과 손잡는 '친정 찬스'까지 썼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아르마니와 돌체앤가바나, 디젤 등의 고가브랜드를 거느린 업체다. 레어하이가 디자인과 품질 모두 백화점 부럽지 않은 '고퀄(고급품질)'인 이유다. 하지만 가격대는 합리적으로 낮췄다.
백화점은 물론 비교적 저렴한 오프라인 제조유통일괄화(SPA) 브랜드보다도 가격이 더 저렴하다. 레어하이라는 브랜드 이름도 흔하지 않은 상품을 얻었다는 의미의 '레어템'과 고품질을 뜻하는 영어단어 '하이퀄리티'를 합친 용어다. 구 매니저는 "제품 간 품질 차이는 없다고 자부한다"면서 "유통마진을 줄이면서 거품이 빠진 만큼 가격을 정해 고급스러운 제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결과는 대성공이다.
지난달 24일 하루 동안 캐시미어 의류만으로 5000만원 상당의 판매고를 올렸다. 백화점 입점 브랜드가 매장 위치가 좋지 않을 때 한달 내내 판매해야 만질 수 있는 금액이다. 레어하이에서 캐시미어 의류와 함께 준비한 핸드메이드 코트 역시 물량이 부족해서 판매하지 못할 정도로 주문이 폭주했다. 오픈 물량으로 준비한 코트 300장은 사흘 만에 매진됐다.
구 매니저는 순전히 옷을 좋아해 패션과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작은 의상실을 운영하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인형옷을 지어 입히며 놀았다. 대학에서 의류학을 전공했지만, 디자인보다 상품을 보고 판단하는 일이 더 적성에 맞아 선택한 직업이 패션 MD다. 여성브랜드 'EnC'에 입사해 패션업계 최고 경지인 여성패션을 접수했고, 이후 신세계로 옮겨 가성비가 좋은 캐주얼 브랜드를 다뤘다. 이마트의 패션 PB '데이즈'를 만든 장본인이 구 매니저다. 그는 "간지와 소재맛이 중요한 여성복과 물량이 많은 저가 브랜드를 다뤄본 경험을 모두 갖춘 것이 온라인에서 근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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