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대구FC 사장 부임, 기술고문 겸임하며 1부 승격 이끌어…"3년 안에 우승 도전하겠다"
[대구=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지난달 30일 대구스타디움. 조광래 대구FC 사장(62)은 대전 시티즌과의 프로축구 2부리그(챌린지)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를 30분 남기고 라커룸에 들어갔다. 조 사장은 "라커룸은 안 들어간다"는 철칙이 있었지만 "마지막 경기는 다르다"고 했다.
선수들에게 A4용지를 세 장씩 나눠줬다. 선수마다 다른 주문이 담겼다. 조 사장은 공격과 팀을 강조했다. 그는 "영국 프로축구 레스터시티의 정신 자세를 본받자. 레스터의 수비는 끈질기고 공격은 빠르다"고 했다. 이어 "한 가족으로 협력해서 경기를 하자. 우리를 위한 것이 나를 위한 것"이라고 했다.
조 사장의 축구 철학이었다. 대구는 그 힘으로 대전을 1-0으로 이기고 1부리그(클래식) 승격을 확정했다. 시즌 성적은 18승13무8패 승점70으로 2위. 1위 안산 무궁화 축구단이 연고지 이전 문제로 승격 자격이 박탈돼 대구가 클래식으로 직행했다. 조 사장은 경남FC 감독이던 2010년 시즌 이후 6년 만에 클래식에 복귀했다.
조광래 사장을 지난 9일 대구시 수성구 유니버시아드로에 있는 구단사무실에서 만났다. 조 사장은 "승격에 대한 대구 시민들의 열망이 컸고 모두 하나가 됐다"고 공을 돌렸다.
그는 2014년 8월 29일 취임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대구는 야구가 인기있는 도시다.
"야구는 되는데 왜 축구는 안 될까하는 생각을 했다. 문제 중 하나는 인프라였다. 구단이 창단한 지 꽤 오래 됐는데도 제대로 된 훈련장, 클럽하우스가 없었다. 거기에서부터 차이가 생기는 것 같았다. 숙소는 아파트 세 동을 빌려 쓰고 주택상가 내 점포를 얻어 선수식당으로 썼다".
조 사장은 권영진 대구시장(53)에 건의해 여러 가지를 바꿨다. 대구 선수들은 2011년 세계대구육상선수권대회 때 사용한 숙소로 옮겼고 대구 북구 서변동에 훈련용 축구장 두 개를 확보했다. 바로 옆에는 유소년축구센터를 만들었다. 지난해 4월에야 작업이 끝났다. 조 사장은 "먼저 기본을 갖추고 상대에 덤벼들어야 된다. 안 그러면 또 무너지게 되어 있다"고 했다.
처음 해 보는 경영업무에는 빠르게 적응했다. 조광래 사장은 "오래 전부터 행정을 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선수, 감독을 하면서 유심히 살펴봤다. 감독으로 선수단 운영했던 방식을 그대로 반영한다. 구성원의 장단점을 파악해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은 같다. 선수단과 프런트는 별개의 조직이 아니다"라고 했다.
기술고문 역할도 한다. 그는 경기 영상을 사장실에서 다섯 번 이상 본다. "경기가 끝나면 전화로 의견을 나누고 때로 자문도 한다. 그러나 모든 판단과 결정은 감독의 몫"이라고 했다. 그뿐인가. 올해 후반기에는 코치 역할도 했다. 이영진 전 감독(53)이 8월 14일에 사퇴했기 때문이다. 조 사장은 "새로운 감독을 물색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손현준 감독대행(44)이 부탁을 하더라. 구단 프런트 등에도 의견을 묻고 결국 훈련때만 코치 역할을 하기로 했다. 승격을 이뤘으니 마무리가 잘 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다음 시즌 목표는 클래식 잔류다. 우승은 3년 안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조 사장은 "주전 선수들을 유지하고 선수층을 두텁게 하겠다. 누가 뛰어도 팀 플레이가 그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데 선수 영입의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지금은 그동안 챌린지에서 눈여겨 본 선수들을 위주로 영입할 생각이 있다. 무작정 좋은 선수들을 찾아 영입을 많이 하는 방식은 틀을 흔들 수 있다"고 했다. 대구 시 분위기도 들썩이고 있다. 대구 시자체는 물론이고 대구 구단 스폰서 기업들도 내년 클래식에서는 지원 규모를 더 늘릴 계획이다. 지역기업들도 새로운 투자 파트너가 되기 위해 대구와 접촉이 늘었다.
'조광래 유치원'은 유소년 선수 육성을 잘하는 조광래 사장을 빗댄 표현이자 가장 좋아하는 말이다. 조 사장은 "내 축구철학이 잘 담겨 있는 표현"이라고 했다. 그는 "곧 대구FC유소년축구센터가 완공된다. 어린이들이 축구를 마음껏 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축구행정가는 축구 문화와 사업의 밑그림을 그리는 일이다. 성공해서 많은 후배들에게 행정가가 되는 길을 열어주고 싶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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