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불확실성 해소 따라, 기관 포지션 변화 가능성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기관투자가들이 지수와 반대로 움직이는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를 적극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관투자가들은 KODEX 인버스 ETF를 지난달부터 3200억원 이상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KINDEX 인버스 ETF, TIGER 인버스 ETF 역시 각각 19억원, 64억원어치를 사들였다. 특히 최근 2주 동안 기관투자들은 KODEX 인버스 ETF를 약 19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기관투자가들이 인버스 ETF를 본격적으로 사들이기 시작한 시기는 지난달 26일부터다. '최순실 게이트'로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미국 대선 불확실성이 확대되기 시작한 직후인 26일 기관투자가들은 이달 8일까지 10거래일 연속 KODEX 인버스 ETF를 사들였다. KINDEX 인버스 ETF, TIGER 인버스 ETF에서도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기관 중에서도 증권사들이 인버스 ETF를 많이 샀다. 10월 이후 이달 8일까지 증권사들의 KODEX 인버스 ETF 누적 순매수 규모는 4900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투신과 은행은 각각 175억원, 291억원 매도 우위를 기록했다. 기금 역시 10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도 인버스 ETF를 사들였다. 외국인은 지난달 25일부터 KODEX 인버스 ETF를 사들이기 시작, 최근 약 2주 동안 5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4일까지 코스피200 선물을 누적으로 2만4000계약 팔아치우며 하락장에 대응해 왔다.
다만 전문가들은 앞으로 증시 주변의 불확실성이 조금씩 해소됨에 따라 기관투자가의 인버스 ETF 매매 추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기관투자가가 인버스 ETF 순매수를 주도해 왔지만 매매 포지션이 바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권사를 제외하면 기금의 인버스 ETF 청산이 나타났고, 은행은 인버스 ETF를 비교적 큰 규모로 매수한 이후 최근 일부 매도하고 있어 추가적인 은행의 인버스 ETF 매매에 주목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투자했던 기관투자가가 시장을 다시 사기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대선 결과가 11월 옵션만기일까지 영향을 미쳐 시장이 추가적으로 하락한다면 단기적으로 저가에 매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지난주 코스닥시장에서 투매 징후가 발견된 가운데 현재 코스피와 코스닥 수준은 기관투자가가 매수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에 앞으로 매수 주체가 외국인에서 기관투자가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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