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본·전략기획실 이미지 탈피 노력했으나 8년만에 압수수색
연말 인사 '미래전략실' 핵심 키워드로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원다라 기자] 8일 오전 6시40분.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삼성 사옥에 20여명의 검찰 특수본 수사관 20여명이 들이닥쳤다. 이들이 곧장 향한 곳은 이 건물 27층에 위치한 대외협력담당 사무실과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의 집무실. 박 사장과 박사장이 속한 대외협력실은 최 씨의 딸 정유라씨를 지원한 승마협회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곳이다.
27층에 대한 조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될 시점, 수사관들은 같은 건물 40층에 위치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로 향했다. 40층에는 삼성 미래전략실 전략팀과 기획팀 등이 위치해 있다. 승마협회 지원에 대한 최종 승인을 맡은 기획팀을 비롯해 삼성그룹의 전체적인 지배구조 개편과 사업조정을 담당하는 전략팀까지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한화그룹과의 방산사업 빅딜 과정에서 최 씨가 개입됐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작업으로 보인다. 김종중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은 9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전략팀도 압수수색을 받았냐'는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삼성그룹의 최고위 조직인 미래전략실이 압수수색을 당한 것은 삼성그룹에게 매우 타격이 큰 사실이다. 2008년 삼성 특검 당시 전략기획실 등 삼성그룹 전체가 압수수색을 당한 후 8년 만이다.
특히 미래전략실은 특검 이후 이건희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며 해체됐다 부활한 조직이라 더욱 뼈아프다. 삼성그룹의 총괄 조직은 1959년부터 1998년까지 비서실, 이후 2006년까지 구조조정본부(구조본), 2006년부터 2008년까지는 전략기획실이란 이름으로 운영됐다.
삼성 측은 미래전략실 설립 당시 "과거 그룹 컨트롤타워인 구조본이나 전략기획실과는 상당히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구조본 등이 계열사 전반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과 달리 미래전략실은 계열사간 시너지 효과 지원 및 미래 신수종 사업 발굴 등의 역할만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미래전략실 역시 기존 조직들과 비슷한 역할을 하게 됐고, 오너일가 승계가 임박해오면서 짐은 더욱 무거워졌다. 지주회사 역할을 하게되는 삼성물산 합병, 불필요한 사업재편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아졌고 이 과정에서 정부와의 협상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는 얘기다. '과거 관행대로 했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이번엔 최 씨가 개입한 터라 문제가 달라졌다.
8년만에 초유의 사태를 겪게 된 삼성그룹은 자연스럽게 미래전략실의 위상과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올해 삼성그룹은 갤럭시노트7 사태가 터졌을 때에도 미래전략실의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의사결정구조에 대해 비난을 받았다. 최 씨와의 의혹까지 얽히면서 올해 인사의 초점도 미래전략실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회장 승계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전까진 미래전략실이 유지될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았다"면서도 "최근 갤럭시노트7 사태에 이어 최순실 사태까지 얽히면서 향후 어떤 식으로든 개편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전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