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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선현장] 불편하고 이상한 '투표'와 소중한 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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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선현장] 불편하고 이상한 '투표'와 소중한 한표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한 미 대선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서서 입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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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황준호 특파원] "좋은 아침입니다. 투표 하셨나요?"

8일(현지시간) 오전 10시40분께 미국 뉴욕 맨해튼 어퍼 웨스트사이드(Upper West Side)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이날만 나눌 수 있는 특별한 안부 인사로 하루를 시작했다.


안부 인사에 대한 답변은 간단했다. 한 행인은 스웨터에 붙인 "I VOTED" 스티커를 보여주며 "투표하세요"라고 답했다.

이날 132 웨스트 89번가에 위치한 퍼블릭스쿨 116에는 평소와 달리, 많은 인파가 차분히 줄을 서서 뭔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흔한 입간판 보이지 않았다. 한 블록의 절반을 돌고 돌아 줄줄이 선 인파만이 이곳 어딘가에 투표소가 있음을 알릴뿐이었다.


95번가에 거주하고 있는 월터 스미스 씨는 "이미 뉴욕은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에게 투표할 것"이라며 "나는 그저 거들 뿐"이라고 답했다.


스미스 씨의 투표는 대통령을 지목하는 것이 아닌, 대통령을 결정할 선거인단을 결정하는 투표다. 본인이 직접 클린턴을 대통령으로 지목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비꼬아 표현한 셈이다.

[美대선현장] 불편하고 이상한 '투표'와 소중한 한표 제 45대 미국 대통령 뽑기 위한 선거일인 8일(현지시간) 오전 11시 유권자들이 뉴욕 맨해튼 89번가에 위치한 퍼블릭 스쿨 116에서 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지지자인 듯 가방에 클린턴 지지 스티커를 붙인 여성이 눈에 띈다.



부르클린에서 오전 9시께 투표를 마친 엘리 레제로위츠 씨는 "투표소에서 내 이름 철자를 잘못 알고 있었지만 ID도 없이 투표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ID도 확인하지 않고 사전 등록시 사용한 사인만으로 본인 확인을 하기에 시간은 절약했지만 유권자의 신분을 명확하게 확인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유권자는 미 대선 투표에 앞서 사전 등록시 ID를 비롯한 많은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등록이 됐다면 사인만으로 유권자를 식별한다. 대선 이후 공정성 여부에 대해 말들이 많은 이유 중 하나다.


그는 "민주당의 클린턴을 찍어야할지, 워킹패밀리당의 클린턴을 찍어야할지 고민했다"며 "누구를 찍든 간에 힐러리가 미국을 이끌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투표용지에는 민주당의 클린턴,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워킹패밀리(Working famaily)당의 클린턴 등의 순으로 후보자들이 나열됐다. 민주당이든 워킹패밀리당이든 클린턴에게 투표했다면 이는 클린턴의 표로 합산된다.

[美대선현장] 불편하고 이상한 '투표'와 소중한 한표 제 45대 미국 대통령 뽑기 위한 선거일인 8일(현지시간) 오전 11시 유권자들이 뉴욕 맨해튼 89번가에 위치한 퍼블릭 스쿨 116에서 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줄의 길이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 해졌다. 쌀쌀한 날씨에도 뉴욕 시민들은 차분히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리야 데비스 씨는 "뉴욕주는 블루 스테이트"라며 "(트럼프를 찍더라도) 클린턴을 지지하는 선거인단이 많기에 뉴요커들은 클린턴을 찍은 것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투표소 인근뿐만 아니라 인근 상점에서도 투표의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개표방송을 방영한다는 레스토랑이 곳곳에 있었지만 그중 가장 눈에 띈 건 "나는 000을 위해 투표할 것이다"라는 입간판이었다.


빈칸에 들어갈 보기로 "클린턴", "트럼프"도 제시됐다. 하지만 레스토랑이 정답으로 체크한 답변은 "마가리타(선거가 끝날 때까지 레스토랑에서 마가리타 마시기)"였다.


위트 넘치는 입간판을 보는 동안 "힐러리는 거짓말을 많이 했고 트럼프는 제정신인지 알 수 없어서, 어느 하나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다"는 한 유권자의 대답이 문뜩 떠올랐다.


역대급 논란거리를 남긴 대선 후보보다는 마가리타가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美대선현장] 불편하고 이상한 '투표'와 소중한 한표 제 45대 미국 대통령 뽑기 위한 선거일인 8일(현지시간) 뉴욕의 한 레스토랑의 입간판 "나는 000에게 투표할 것이다"라고 적혀 있다. 레스토랑이 체크한 000는 클린턴이나 트럼프가 아닌 '마가리타'였다.




뉴욕=황준호 특파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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