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연맹 시스템서 예산 집행…J리그 英과 2조원대 중계권 계약 대조
[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올해 한국프로축구리그(K리그)의 우승 상금은 5억 원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012년 3월 6일 우승상금을 3억 원에서 5억 원으로 올려 네 시즌 동안 유지하고 있다. 중국 슈퍼리그 320억 원, 일본 J리그 233억 원(2017시즌부터 적용)과 비교하면 턱 없이 적다.
스포츠평론가 최동호(48) 씨는 "우승상금 5억 원은 K리그의 현실을 말해준다. 상금은 연맹에서 만들어서 주는데, 그것을 만들 형편이나 시스템이 부족하다"고 했다. 5억 원은 연맹 예산에서 나온다. 연맹의 재정이 튼튼해야 상금도 오른다. 연맹의 수익 요소 중 입장료와 중계권료가 가장 크다. 특히 중계권료는 상금규모에 직접 영향을 준다. 일본 J리그는 지난 9월 11일 영국 스포츠미디어 전문기업 '퍼폼P그룹'과 내년부터 10년 간 약 2조1483억 원 규모의 중계권 계약을 했다. 이 수익을 바탕으로 우승상금을 11억 원에서 233억 원으로 올린다.
최동호씨는 "일본은 외국계 홍보 대행사를 통해 J리그가 해외에 중계될 수 있도록 마케팅 활동을 했다. 해외 중계는 곧 수익이 되고 우승상금은 많아지는 원리"라며 "K리그도 우승상금 액수를 올리기 전에 마케팅이 잘 되어야 한다. 환경이 안 되어 있는데 금액만 올리면 결과는 기형적일 것"이라고 했다.
이재호 FC서울 마케팅 팀장(42)은 "5억 원은 구단 예산에 큰 영향을 미치기 힘든 액수다. 우승 효과는 상금보다 스폰서 노출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고 했다. 전북이 2015시즌 우승으로 누린 스폰서 노출 효과는 712억 원 규모다. 이 효과는 전북이 아닌 스폰서 기업들의 몫이다. 기업들이 받은 만큼 구단에 투자하지 않으면 우승 효과는 없다.
높은 우승상금은 구단이 스타들을 불러 모으는 재원이 된다. 일본은 우승상금 중 163억 원을 '강화배분금'이라는 이름으로 구단에 준다. '이 돈으로 좋은 선수들을 영입하라'는 뜻. 최근 J리그 팀들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성적이 저조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다. 중국 역시 우승상금 320억 원 외에 많은 투자로 구단들의 스타 영입을 돕고 있다. 조연상 연맹 사무국장(49)은 "우승상금이 높아질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 연맹 이사회에서 해당 연도의 리그 상황이나 사정에 따라 정한다"고 했다.
한편 올 시즌 5억의 주인은 오는 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하는 전북 현대와 FC서울 간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가려진다. 1위 전북이 20승16무1패, 2위 서울이 20승7무10패를 기록했지만 승점(67)은 같다. 전북은 구단 스카우트가 심판을 매수한 사실이 적발돼 승점 9점을 삭감 당했다. 전주에서 이긴 팀이 우승컵을 가져간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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