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딛고 '뽀꼬 아 뽀꼬' 클래식 공연서 활약한 보정고 우재승군
어머니 권유로 중2때 비올라 처음 배워
"사람 목소리 닮아 매력 … 교수 되고파"
[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비올라는 사람 목소리와 가장 비슷한 소리를 내요. 그 울림을 가만히 듣다 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기분도 좋아집니다."
자폐성 장애를 딛고 다양한 클래식 공연에서 활약하고 있는 우재승(보정고ㆍ18)군은 친구이자 꿈의 발판인 비올라의 매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 성장한 그이지만 어머니의 음성을 닮은 악기 소리는 그를 끊임없이 세상으로 이끈 문이었다.
장애청소년들로 구성된 비바챔버앙상블 단원인 그는 지난달 19일 삼성화재가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 국립특수교육원과 함께 후원하는 장애청소년 음악회 '뽀꼬 아 뽀꼬' 무대에도 올랐다. '뽀꼬 아 뽀꼬(POCO A POCO)'는 '조금씩, 조금씩'이란 뜻의 이탈리아 음악 용어로 장애청소년들이 음악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점차 발전해 간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자식이 누구보다 평범하게 살아가길 바라는 어머니 김경희(48)씨에게는 또 한 번 찾아온 감동의 순간이었다.
우군은 지난달 29일 경기 용인시 신갈동의 한 카페에서 가진 아시아경제 인터뷰에서 "아주 어릴 땐 어머니가 가르쳐준 말을 따라할 수 없거나 묻는 질문에 제때 정확하게 대답하지 못할 때마다 몇 번이고 다시 연습해야만 했다"면서 "나중에서야 어머니가 나를 최고로 만들기 위해 엄청나게 애를 쓰셨다는 걸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우군이 겪는 장애는 언어의 표현과 이해, 대인 상호작용의 손상 등을 특징으로 하는 발당장애에 속한다. 어머니 김씨는 "재승이가 생후 18개월 때 처음으로 다른 아이들과 다른 것을 알았다"면서 "당시 남편 직장을 따라 창원에 살았는데 병원 진단이 있은 후 두 살 터울 첫 딸과 재승이, 두 아이를 데리고 바로 서울로 올라와 복지관과 사설 센터 등 온갖 특수교육기관을 찾아다녔다"고 회고했다. 언어ㆍ행동발달 치료에 적절한 교육시기를 놓치면 아이의 상태가 영영 더 나빠질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이 그를 항상 따라다녔다고 한다.
우군이 악기를 처음 손에 잡은 것은 초등학교 2학년 무렵이다. 김씨 역시 여느 장애 아동 부모들과 마찬가지로 악기 연주가 아이의 인지행동 발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 처음엔 바이올린을 배웠다. 김씨는 아이를 데리고 사랑의교회, 하트하트재단 등 장애인 오케스트라를 운영하는 곳이라면 국내 어디든 달려갔다.
이후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비올라를 배우기 시작했고, 연주 실력도 눈에 띄게 늘었다. 우군은 "피아노나 바이올린 등 여러 악기 중에서 왠지 모르게 비올라가 편안하게 느껴졌고, 아무리 연습해도 힘들지 않았다"면서 "이번 콘서트에서 연주한 '영광의 탈출'처럼 신나는 리듬이 느껴지는 곡을 연주하는 게 특히 좋다"고 말했다.
일반 아이들과 비슷한 진도로 공부할 수 없는 우군은 가정학습도 병행했다. 김씨는 "계절 따라 체험교육을 시키느라 항상 배낭을 멘 채 재승이 손을 붙잡고 산이고 들이고 열심히 누볐다"면서 "집에 와서도 밤늦게까지 아이와 공부하고 연습하고 또 반복하는 날이 대부분이었지만 후회가 없을 만큼 최선을 다했다"고 털어놨다.
16여년 가까이 매일 반복된 훈련 덕분에 우군은 차분한 말솜씨는 물론 카페와 블로그를 운영할 정도로 글쓰기도 잘한다. 음악대학교 특례입시를 준비하는 우군에게 남은 과제는 대학 졸업 후 자립할 수 있는 직업을 얻어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우군은 "공부를 열심히 해 언젠가 꼭 교수가 되고 싶다"면서 "비슷한 어려움을 가진 친구들에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면 뭐든 잘 할 수 있다고 응원해주고 싶다"고 말을 맺었다.
장인서 기자 en130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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