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KB국민은행이 다음달부터 미얀마에서 소액대출 사업을 시작한다. 과거 1조원 가까운 손실을 본 이후 소극적이었던 해외 영업의 외연을 다시 확대해가려는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2일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이달 초순에 미얀마 당국에 소액대출 영업을 위한 현지법인 인가 신청을 할 예정이며 이달 말이면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올 들어 KB국민은행의 첫 해외 진출이다.
미얀마는 국외 은행의 진출을 통제해오다 올해부터 빗장을 풀기 시작했다. KB국민은행은 당초 은행업 인가를 추진했으나 실패하자 비교적 인가가 용이한 소액대출로 우선 미얀마 시장에 진출키로 한 것이다. 한국 은행 중에서는 신한은행이 유일하게 은행업 인가를 받아 지난 9월부터 미얀마에서 영업을 시작했다.
미얀마는 국민의 8%가량만 은행을 이용하고 대부분 사금융을 통해 자금을 융통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은행이 아니더라도 시장 공략이 가능하다. 인구는 5500만명을 넘는다. 금융사 입장에서 보면 일종의 ‘무주공산’이다. ‘빚을 갚지 않으면 화를 당한다’는 미얀마 불교 문화도 장점이다. 돈을 빌렸다 갚지 않으면 지역사회에서 ‘왕따’가 될 정도라고 하니 연체 우려가 비교적 덜하다.
이미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미얀마에서 소액대출 영업을 하고 있으며 NH농협은행도 KB국민은행과 비슷한 시기에 소액대출 영업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미얀마가 한국 은행들의 또 다른 각축장이 되는 셈이다.
KB국민은행은 2008년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에 투자했다가 9000억원대 손실을 입은 경험 때문에 해외 진출에 소극적이었으나 최근 들어 다시 동남아 시장 위주로 신규 진출을 모색해 왔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겸 KB국민은행장은 올해 초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금융시장의 저성장, 저금리 환경으로 인해 글로벌 진출은 필수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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