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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오늘, 늦가을같은 두 목소리를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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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그사람 - 유재하 29주기, 김현식 26주기…허탈감에 빠지는 뉴스들 속에서 그 노래를 찾아듣다

가을이 깊어가는 때 문득 떠오르는 가수가 있습니다. 한 번 생각나면 하루 종일 그의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하죠. 특히 요즘처럼 연일 좌절과 허탈감에 빠지게 하는 뉴스들을 접하면 더 생각이 납니다. 노래에라도 기대고, 위안 받고 싶은 마음 때문일까요. 오늘은 그가 세상을 떠난 지 29년이 되는 날입니다.


우린 오늘, 늦가을같은 두 목소리를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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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하는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에서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붙들 수 없는 꿈의 조각들은
하나 둘 사라져 가고
쳇바퀴 돌 듯 끝이 없는 방황에
오늘도 매달려가네
거짓인 줄 알면서도 겉으론 감추며
한숨 섞인 말 한마디에 나만의 진실 담겨 있는 듯
이제와 뒤늦게 무엇을 더 보태려 하나
귀 기울여 듣지 않고 달리 보면 그만인 것을
못 그린 내 빈 곳 무엇으로 채워지려나
차라리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그려 가리

하지만 그에게는 빈 곳을 마음에 비친 자신의 모습으로 그려 갈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1987년 11월1일 그는 교통사고로 스물다섯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 노래가 담긴 1집 '사랑하기 때문에'를 내놓은 지 채 3개월도 안 된 시점이었습니다.


자신이 작사, 작곡, 편곡을 도맡은 9곡의 노래들로 빼곡히 채운 이 앨범으로 그는 '한국 대중음악은 유재하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평가를 받게 되지만, 당시 방송에선 음정이 불안하다며 그의 노래를 내보내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랑하기 때문에'에서 그가 노래한 떠나간 사랑에 대한 애틋함과 다시 돌아온 이를 위해 모든 것을 줄 수 있다는 절절한 고백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습니다.


처음 느낀 그대 눈빛은
혼자만의 오해였던가요
해맑은 미소로 나를 바보로 만들었소
내 곁을 떠나가던 날 가슴에 품었던
분홍빛의 수많은 추억들이
푸르게 바래졌소
어제는 떠난 그대를
잊지 못하는 내가 미웠죠
하지만 이제 깨달아요
그대만의 나였음을
다시 돌아온 그대 위해
내 모든 것 드릴테요


하지만 그의 노랫말들은 한낱 사랑 얘기에만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그는 앞이 보이지 않는 막막함 속에서 이리로 가나 저리로 갈까 방황하는 심정을 '가리워진 길'에 담아 불렀습니다. 아마도 지금 국민들도 안개 속을 걷는 심정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보일 듯 말 듯 가물거리는
안개 속에 쌓인 길
잡힐 듯 말 듯 멀어져 가는
무지개와 같은 길
그 어디에서 날 기다리는지
둘러보아도 찾을 수 없네


이어지는 이 노래의 가사는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헤매다 어찌할 바 모르는 상황에 처한 국민들의 간절한 호소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그대여 힘이 돼주오
나에게 주어진 길
찾을 수 있도록
그대여 길을 터주오
가리워진 나의 길


누가 상처받은 이들을 위로할 수 있을까요. '가리워진 길'은 유재하가 김현식을 위해 만들었다고 합니다. 유재하의 1집이 나오기 전인 1986년 김현식은 그의 3집 '비처럼 음악처럼'에서 이 노래를 불렀습니다.


우린 오늘, 늦가을같은 두 목소리를 잃었다 유재하(왼쪽)와 김현식


그리고 유재하가 세상을 떠난 날로부터 정확히 3년 뒤, 26년 전 오늘인 1990년 11월 1일 그도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가리워진 길'을 공유했던, 유재하의 29주기이자 김현식 26주기인 날. 지치고 상처 받은 마음에 위안이 됐던 그들의 목소리가 그립습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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