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사랑하기 때문에'속에 숨은 비밀과, 타계 29년된 대한민국 발라드 레전드의 초상
[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
처음 느낀 그대 눈빛은
혼자만의 오해였던가요
해맑은 미소로 나를
바보로 만들었소.
얼핏 들으면 어눌해보이고 소심해보이는 질문과 고백. 저 말이 나오기까지 깊이 삭이고 삭였을 감정이 꾹꾹 눌린 채 슬금슬금 흘러나오는 듯한 노래의 시작. 유재하의 명곡 '사랑하기 때문에'는 이렇게 말문을 엽니다. 그 노랫말과 비슷해 보이는, 가수의 인상 때문이었을까. 1987년 이 노래를 방송에 내기 위해 가졌던 오디션에서, '음정불안'이라는 얄궂은 판정으로 퇴짜를 맞습니다.
유재하의 이 노래는 그러나, 마치 깊은 심지를 지닌 불꽃처럼 한없이 타올라, 그후 29년 동안 이 땅의 가객들의 심정을 흔들고 영혼을 불태워왔죠. 이 노래는 원래 대학생이던 유재하가 조용필에게 선보인 곡으로, 이 거인가수의 음반에 먼저 실리기도 했습니다. 눈밝은 조용필이, 그 풍성한 감성을 담은 절제있는 저음과, 관현악보로 작곡된 고급스런 편곡, 그리고 떨리는 노랫말을 놓치지 않았던 것이겠지요.
스물 여섯에 돌아간 요절가수 유재하의 '예술적 생명력'은, 갈수록 강해지는 것 같습니다. 수많은 방송 경연프로그램에서 그의 노래는 단골이 되고, 그의 자취와 존재감은 명곡과 레전드로 자리잡아가고 있습니다. 그의 사랑이 영화로 만들어지고, 그를 기리는 거리를 출생지역인 안동에서 조성에 나섰지요. 사람의 마음을 깊이 오래 사로잡는 힘. 예술적 생명력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가수가 아닐 수 없습니다. 1집에서 멈춘 가수의, 아쉽지만 그렇기에 더욱 빛나는 몇 곡의 노래들. 음미해볼 만한 우리의 문화자산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발라드의 첫 음같은 수줍은 영혼. 유재하를 떠올리는 날입니다.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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