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영란은행(BOE)이 자국 은행권을 상대로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는 대형 유럽 은행들에 대한 익스포저(위험노출액) 현황 조사에 나섰다.
26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BOE 산하 건전성감독청(PRA)은 자국 대형 은행들을 상대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인 BMPS를 포함한 이탈리아 주요 은행들과 독일 최대 은행 도이체방크에 대한 익스포저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신문은 이같은 조치는 유럽 부실 은행들과 자국 금융권의 직·간접적 연관성을 정확히 파악해 향후 위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좀처럼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유럽 은행권 위기에 대한 각국 규제당국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금융위기 전 부실 파생상품을 판 혐의로 미국으로부터 140억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은 도이체방크는 최종 벌금 규모를 낮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도이체방크는 이날 3분기 실적을 공개하는데 6억1000만유로의 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탈리아 3위 은행인 BMPS는 부도 위기에 내몰렸다가 50억유로의 신규자금을 공급받고 간신히 회생했다. 540년 넘게 영업해온 이 은행은 지점 500개를 폐쇄하고 2600여명을 감원하는 등 본격적인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도이체방크의 주가는 지난달 12% 하락했고 BMPS는 23% 내렸다.
국제 규정에 따르면 특정 은행에 대한 위험노출액 한도는 해당 은행 자본 규모의 25%이고 10%를 넘으면 규제당국에 신고하게 돼 있지만 이보다 더 적은 비율이나 간접적 노출액은 사실상 파악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PRA를 떠나 현재 컨설팅회사 알바레즈앤드마살(A&M)에서 근무하고 있는 폴 샤르마 컨설턴트는 "주요 유럽 은행들이 무너질 경우 이 여파가 영국 금융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우려가 크다"면서 "이것을 정확히 측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라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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