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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詩]나도 모른다/김명은

시계아이콘01분 21초 소요

우리 몸의 세포 수를 아십니까 세포 하나의 길이를 아십니까 한 해 임산부가 먹는 사과의 개수를 아십니까 쇼처럼 보이는 토마토 축제에서 가장 멀리 던져진 토마토를 아십니까 붉은 플라스틱 컵과 그 속에 꽂힌 붉은 빨대의 성관계를 아십니까 꽃이 필 때까지 색깔을 알 수 없는 꽃을 아십니까 달리고 싶은 기차의 두근거리는 심장박동 수를 아십니까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글씨체를 아십니까 사자를 묶을 수 있는 거미줄의 강도를 아십니까 한반도 비핵화 유혼과 종북몰이의 새로운 희망을 아십니까 태변에서 지금까지 눈 당신 똥의 분량을 아십니까 고무젖꼭지를 빠는 찌찌파티를 아십니까 꼬리를 흔드는 고양이 머리를 통째로 입에 넣고 있는 들쥐를 아십니까 뉴욕 월스트리트에 살고 있는 황소와 곰의 관계를 아십니까 직장에서 직장으로 직장을 옮겨도 즐겁지 않은 비정규직 신입 사원의 찢어진 이력서가 몇 장인지 아십니까 팔을 이마에 얹고 눈을 뜨지 않는 딸의 슬픔을 아십니까 방금 부러진 분필의 목이 어디 있는지 아십니까 알을 낳다 죽은 금화조의 다음 생을 아십니까 어둠 속에서 기다리고 있는 고사목의 구원을 아십니까 먹구름의 생간을 빼먹는 난폭한 바람의 식욕을 아십니까 갓 태어난 아기 뺨에 부족의 흔적을 새기고 겨우 일어나 걸으려는 아이의 뺨을 면도칼로 그은 남자들을 아십니까 당신은 흉터의 미소와 보조개의 냉소를 구분할 줄 아십니까 겨울 내내 얼어 있는 산그늘의 온도와 다시 거리로 나온 촛불의 온도를 아십니까


[오후 한詩]나도 모른다/김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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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몸의 세포 수"? 그건 네이버에 검색해 보면 금방 알 수 있겠다. "세포 하나의 길이"도 그렇고. "한 해 임산부가 먹는 사과의 개수"는 모르겠다. 그걸 어떻게 헤아릴까 싶다. "쇼처럼 보이는 토마토 축제에서 가장 멀리 던져진 토마토"도 모르겠고, "붉은 플라스틱 컵과 그 속에 꽂힌 붉은 빨대의 성관계"는 정말이지 도통 모르겠다. 그런데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글씨체"는 얼핏 기억나려 한다. 그리고 "직장에서 직장으로 직장을 옮겨도 즐겁지 않은 비정규직 신입 사원의 찢어진 이력서가 몇 장인지"는 좀 알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내 친구의 일이고 내 후배의 일이니까. "팔을 이마에 얹고 눈을 뜨지 않는 딸의 슬픔"은 차마 두렵고 안쓰러워 물어보지 못하겠다. 하지만 딸 몰래라도 알아봐야겠다. 내 딸이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와 같은 슬픔들이 저기 있다. 그와 같은 슬픔과 슬픔이 우리 앞으로 자꾸 다가서고 있다. "겨울 내내 얼어 있는 산그늘의 온도와 다시 거리로 나온 촛불의 온도를 아십니까". 정녕 모른다고 하지 마라. 부디 저 슬픔들로부터 고개를 돌리지 마라. 그곳에 당신의 딸과 당신의 친구와 당신의 슬픔을 보듬어 주던 그 애틋한 마음들이 있으니.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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