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오후 한詩] <표준비문대사전> 중에서/김옥경

시계아이콘01분 06초 소요
언어변환 뉴스듣기

  내일 이 시간에 채플린은 떠나갔네 켈리는 안 예뻤네 나무는 너무를 가두지 않고 채플린을 레몬 씨는 어떻게 길들이는가 켈리는 참 안 예뻤네 켈리를 향해 좌향좌 사람들이 너무 잘 짖어서 6만 2천 마리의 개들은 해마다 동전으로 변한다는 말을 누가 믿겠나 켈리는 정말 안 예뻤지 열쇠를 삼키고 우향우 최대한 예쁘게 뒤뚱거리며 켈리에게 가겠어요 너무는 나무를 부러뜨리고 레몬을 찾아보세요 넘을 수 없는 국경을 넘으면 조우할 수 있는 것들…… (약간의 불빛) (길고 메마른 파도 소리) (구부러진 열쇠) (5초 동안의 웃음) (으깨어진 레몬처럼 꿈틀거리는 콧수염)이 채플린을 대신합니다 뒤로 돌아 켈리를 아시나요 일요일에는 발가벗고 경건하게 노란 엿을 만들겠어요 내일 이 시간에 채플린은 도착했네 부러진 나무 안에서 레몬을 기다리는 밤도 있네


 

[오후 한詩] <표준비문대사전> 중에서/김옥경
AD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그런데 이 시는 차라리 그래야 당연한 것 아닐까. 제목을 보라. "<표준비문대사전> 중에서"라고 적혀 있지 않은가. 그러니까 이 시를 읽고 '이게 도대체 뭔 말이야!'라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면 당신은 오히려 훌륭한 독자인 셈이다. '비문'이란 문법에 어긋나는 문장을 뜻한다. 그리고 문법은 '말과 글의 운용 혹은 구성상의 원칙'을 말한다. 즉 '비문'은 원칙 바깥에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원칙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자연스러운 게 아니다. 원칙은 본래부터 그러한 것이 아니라, 일부러 구부리고 휘어 만든 인공적인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문법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이런저런 말들과 그 말들을 활용하는 방식들 중 몇몇 가지를 '표준'으로 선별해 '규칙'으로 앞장세운 것에 지나지 않는다. 문법으로부터 탈주하고자 하는 의지는 그래서 정치적이다. 그런데 이 시가 정말 비문들로만 이루어져 있을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시제를 뒤틀기는 했지만, 이 시는 주어와 서술어 그리고 다른 문장성분들 대개가 자기 자리에서 움직이고 있다. 다만 그 자리에 생뚱맞은 단어들이 들어가 있을 뿐. 그런데 어찌되었거나 이 시를 읽고 나면 "참 안 예"쁜 켈리가 "부러진 나무 안에서 레몬을 기다리는 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우리도 누군가를 그렇게 떠나보내고 기다렸지 않은가. 결코 온전한 문장으로는 도저히 적을 수 없었던 그런 밤들이 자꾸 엄습한다.
채상우 시인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1.1609:11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월 15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전화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희석 : 감사합니다. 소종섭 :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제명 처분을 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나요? 윤희석 :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죠

  • 26.01.1416:21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1월 14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함께 여러 가지 이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지내셨죠? 이준석 : 예, 그렇습니다. 소종

  • 26.01.1008:01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808:49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710:25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1월 5일) 소종섭 : 어서 오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장성철 :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종섭 : 이 얘기부터 해보죠.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서 폭언했다, 보좌진에게 갑질했다, 남편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등 의혹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