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미국과 달리 한국은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저성장 속에서 물가만 오르는 상황을 말한다. 현재 한국경제는 경기침체 속에서 저물가가 지속되고 있어 오히려 디플레이션에 더 가깝다.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들어 9월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비 0.9%를 기록, 2년 연속 0%대의 저물가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연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7%였다. 이는 1965년 소비자물가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래 한번도 없었던 수치였다.
2011년 4.0%이던 물가상승률은 2012년 2.2%, 2013∼2014년 1.3%으로 갈수록 떨어져 결국 0%대까지 주저앉았다. 물가는 수요(통화정책)와 공급 요인에 의해 움직이는데 최근 2년간 0%대 저물가는 국제유가 하락 요인이란 공급요인이 컸다.
0%대 저물가가 지속되는 동안 경제 성장률도 주춤했다. 작년 경제성장률은 2.6%에 그쳤고 올해도 2%대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한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7%다.
지금 같은 저조한 성장률과 0%대의 저물가 상황만 본다면 성장 둔화 속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보다는 디플레이션에 가깝다. 경제전문가들 사이 디플레이션 논란이 일었던 것도 그래서다.
그렇다고 한은이 현재 우리 경제를 디플레이션 상태로 판단한 것은 아니다. 물가지수를 조사하는 481개 품목 중 하락폭이 두드러지는 품목이 석유류 관련 7개 뿐이라는 게 주요 근거다. 디플레이션은 전반적인 물가수준이 떨어져 물가변동률이 '0' 밑으로 내려가는 네거티브 인플레이션이다. 이때 중요한 것이 특정 부문이 아닌 광범위한 부분의 가격하락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서민들이 체감하는 장바구니 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는 현 상황도 디플레이션과 맞지 않다. 장바구니 물가의 대표격인 '신선식품지수'는 9월 125.12를 기록, 1년전보다 무려 20.5%포인트나 뛰었다. 이는 5년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었다.
올들어 소비자물자가 여전히 0%대의 저조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내년 소비자물가는 1.9%까지 회복될 것이란 게 한은의 전망이다.
한은 관계자는 "10월에는 전기료 인하요인이 없어져 물가는 지금보다 더 오를 것"이라며 "1%대로 물가로 올라서고 2%대 후반대의 경제성장률이 이어지는 상황을 디플레이션이라고 할 순 없다"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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