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 김근철 특파원] 불과 19일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이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불복 발언으로 출렁거리고 있다. 쏟아지는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대선 불복 가능성을 거듭 시사하면서 미 대선은 11월 8일 투표일 이후에도 상당한 논란과 후유증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트럼프는 20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델라웨어 유세에서 "나는 위대하고 역사적인 (이번) 대선 선거 결과를 전적으로 수용할 것이다, 만약 내가 이길 경우에 라면"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의심스런 결과가 나올 경우 법적 소송을 제기하며 다툴 수 있는 나의 권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의 이 같은 발언은 대선에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 패하더라도 이에 불복, 법적 소송까지 전개할 것이란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트럼프는 비판 여론을 다소 의식한 듯 "나는 앞서 있었던 모든 대선후보들의 규칙과 전통을 지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11월 대선에서 패색이 짙어지고 있는 트럼프는 선거 조작 주장으로 지지층을 결집, 막판 역전 기회를 노리겠다는 선거전략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캠프의 켈리엔 콘웨이 선대본부장은 이날 ABC 방송 인터뷰에서 이미 "트럼프는 대선 결과가 실제 나와서 입증되고 확인될 때까지 결과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나 그들의 지지자들이 대선 불복 소송이나 집단 행동에 실제로 나설 경우 미국 사회는 엄청난 갈등과 소용돌이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는 전날 열린 3차 TV토론에서 대선 결과 승복 여부를 묻는 질문에 "그때 가서야 말하겠다"면서 대선 불복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부정직한 언론 기관이 유권자들에게 해를 끼치고 있고 등록이 불가능한 수백만 명이 유권자로 등록한 상태"라며 선거 조작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트럼프의 선거 불복 발언은 엄청난 비판과 후폭풍을 몰고 왔다. 언론들은 일제히 "트럼프의 불복 발언은 스스로 반격 기회를 완전히 날려버린 결정적인 실수"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의 민주주의에 대한 경멸'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트럼프가 미국 유권자의 지능과 민주주의 자체를 모욕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클린턴 지원을 위해 유세에 나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트럼프의 (선거조작) 주장은 일반적인 거짓말을 넘어서는 것"이라면서 "트럼프가 오늘은 자신이 승리하면 승복하겠다고 말한 것을 웃고 넘어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공화당에서조차 이해할 수 없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2004년 대선 후보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패배를 시인하는 것은 미국민과 민주주의를 존중하기 위한 것"이라며 트럼프를 질타했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도 대선 토론이 끝난 직후 트위터에 "만약 트럼프가 진다면, 이는 선거조작 때문이 아니라 그가 대선후보로서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뉴욕 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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